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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화계 논쟁' 어정쩡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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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화계 논쟁' 어정쩡한 마무리

입력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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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친 후 월 100만원도 되지 않는 돈을 받으며 영화제작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친구는 “요즘 도통 기운이 안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 곯아가며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텨가고 있는 후배 영화인들을 두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가 ‘돈 밝힌다’ ‘안 밝힌다’는 식으로 싸우는데 기운이 안 빠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반 영화 팬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문제제기에서 촉발한 스타권력화 논쟁은 일단 봉합된 것처럼 보인다. 과도한 출연료와 수익지분을 요구하는 배우로 지목한 최민식 송강호의 공식사과요청에 강 감독이 30일 응하면서 사태는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감독-배우 간의 감정싸움 수습에 정신이 팔려 강 감독의 문제제기에 대한 토론은 쑥 들어갔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작 71편 중 본전을 건진 영화는 25편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 70, 8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어 만든 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고 이동통신사의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영화계는 지금 전례없는 혼돈을 겪고 있다. 방법상의 문제나 의도에 대한 분분한 해석은 차치하고 강 감독이 지적한 왜곡된 스타시스템은 한국영화의 내일을 위해 결코 이런 식으로 미봉될 문제는 아니다.

다행인 것은 영화인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제작가협회와 매니지먼트협회가 영화 표준제작규약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했고, 최민식 송강호 역시 기형적인 제작 구조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며 현장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와, 한국영화 발전의 진정한 공로자인 관객이 이번 해프닝으로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끄집어내 치열하게 해법을 찾아가는 것만이 그들의 마음을 되돌릴 유일한 방법이다.

문화부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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