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대학의 젊은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의 논문은 제목만 봐도 얼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점하 가격의 경직성’ 같은 보통의 경제학 논문에 비하면 그의 연구는 정말 색다르다. ‘낙태 합법화가 범죄에 미친 영향’ ‘부동산 중개업자가 정보를 많이 가졌을 때 시장 왜곡 현상’ ‘썩은 사과들:교사의 부정행위 증가와 예측에 관한 조사’ ‘도시 조직폭력배의 경제적인 행위들’….
숱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경제학 명문 시카고대 교수이면서, 여러 수상 경력으로 스타 경제학자 반열에 올라 있는 그가 자신을 인터뷰한 프리랜서 언론인과 공동 저술해 올해 초 낸 ‘괴짜경제학’(원제 ‘Freakonomics’)은 10여 년에 걸쳐 그가 쓴 여러 논문의 주제들을 자유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그는 왜 틀에 박힌 경제학 연구를 벗어나 있는 걸까? 무슨 예술가연하는 ‘괴짜’라서가 아니다. ‘윤리학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대표한다면 경제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적인 세상을 의미’하며 ‘경제학은 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학문의 상위에 위치’한다는 신뢰 때문이다. 그래서 넘치는 재기로 그는 경제학의 도구들을 가지고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인센티브의 마력을,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통념의 허구를, 정보의 대중화로 전문가 그룹의 영향력이 퇴보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각설하고 그가 정교한 추리소설보다 서너 배쯤 재미있게 현실을 파헤치는 방법을 한 번 보자. 레빗은 모든 부정행위의 배후에는 딱 한 가지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센티브’다.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는 학교에는 표창을 주고, 반대의 경우 제재하는 이른바 ‘보편성 교육법안’은 교사들의 부정행위를 부추긴다. 실력이 떨어지는 교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 또는 포상을 받으려고 학생들의 틀린 답안지를 바로 잡아 점수를 올리는 행위가 만연한다.
일본의 스모 경기에도 비슷한 인센티브가 작용해 ‘승부 조작’이 일어난다. 한 회 15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8승을 거둘 경우 순위가 올라가고 반대면 떨어진다. 8승 6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와 7승 7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가 맞붙었을 경우, 조직적인 방법으로든 두 선수끼리의 교감에 의해서든 후자가 이기는 경우가 통계로 80%다.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모두 인센티브에 굴복한다는 것이다.
부정을 부추기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도덕적인 인센티브를 경제적인 인센티브로 대체할 때다. 이스라엘의 놀이방 교사들이 아이를 데리러 늦게 오는 부모의 수를 줄이기 위해 10분마다 벌금 3달러를 매기기로 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늦게 오는 부모들이 2배로 늘었고, 게다가 태연히 벌금을 안 내는 부모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도덕심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돈으로 대체해서 벌어진 일이다.
1990년 이후 미국의 범죄율 감소를 분석하는 시각도 독특하다. 전문가들은 경제호황이나 혁신적인 치안 정책, 경찰 인력 증가, 강력한 총기 규제, 마약시장의 변화 등을 거론하지만, 레빗은 주요 언론에서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낙태 허용’이라고 주장한다. 1973년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미 연방 대법원은 낙태의 최우선 권리가 여성에게 있다는 것을 헌법으로 보장했고, 이 판결로 미혼모나 10대 임신부, 가난한 여성 아니면 그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여성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레빗에 따르면 낙태된 태아들이 만약 세상에 태어났다면 빈곤한 삶을 경험할 가능성은 평균치보다 50%나 높다. 편부모 아래서 성장할 가능성 역시 평균보다 60%나 높다. 편부모 아래서 큰 아이는 나중에 커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2배 정도 높다. 10대 어머니를 가진 아이도 마찬가지다. ‘수백만의 미국 여성들이 낙태를 결심하게 만드는 바로 그 요인은 바로 이 그들의 자녀들이 태어날 경우 불행한, 그리고 어쩌면 범죄자로 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아이의 학업 성적에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1990년대 후반 미 교육부가 실시한 ‘아동 성취도 발달에 관한 장기적 연구(ECLS)’ 결과를 인용하며 그는 성적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요소로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다 ▦여성의 첫 출산 나이가 30세 이상이다 ▦입양된 아이다 ▦집에 책이 많다 등을 골라냈다. 반대로 상관관계를 거의 없는 요소는 ▦가족 구성이 온전하다 ▦최근 주변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했다 ▦부모가 아이를 자주 박물관에 데려간다 ▦부모가 아이에게 거의 매일 책을 읽어준다 였다.
앞선 목록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묘사하고, 두 번째 목록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는 일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중요한 건 아이를 가르치기 오래 전에 결정된 상황이 아이의 성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당신이 어떤 사람이며, 누구와 결혼했으며, 어떤 삶을 이끌어나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 ‘당신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논쟁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논리적으로 통념을 뒤집어 엎는 저자의 재능에는 감탄할 뿐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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