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조작해서 변형한 생물체를 GMO라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GMO 옥수수를 먹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콩팥이 작고 혈액 성분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유전자 조작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건 지나친 걱정이고 오히려 이 기술 덕분에 인간의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주장도 있다.
문선이씨의 장편동화 ‘지엠오 아이’는 유전자 조작이 일반화한 미래 사회 이야기이다. 유전자 조작에 반대한다고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인공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 ‘나무’다. 나무의 부모는 사업에 실패하자 나무를 버리고 도망친다. 친부모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가 아니니까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무’의 앞집에 사는 정 회장은 유전자 산업회사 대표다. ‘나무’도 이 회사가 생산한 ‘맞춤 아이’, 그러니까 ‘제품’이다.
버림받은 ‘나무’는 외롭고 슬프다. 정 회장도 행복하지 못하다. 유전자 조작 반대 운동을 하는 아들과 인연을 끊은 채 손자들도 안 보고 혼자 산다. 인간미라곤 없고 그저 기계처럼 살아가던 정 회장이 ‘나무’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자신을 할아버지처럼 따르는 ‘나무’의 천진함에 정 회장은 처음에는 귀찮아하다가 점차 정이 들어 손주처럼 보살핀다. 하지만 ‘나무’는 유전자 조작에 따른 희귀병으로 죽어간다.
이 작품 속 미래 사회는 온갖 첨단 과학기술과 GMO 생물 천지다. 나무 한 그루에서 여러 종류 과일이 열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수명을 늘리고 병든 장기를 갈아치우고, 집안의 모든 설비는 사람의 뇌파에 연결되어 사람 뜻대로 척척 알아서 작동하는 세계다. 그러나 이 놀라운 세상에서 벌어지는 지엠오 아이 ‘나무’의 불행은 삶과 죽음, 과학과 윤리의 문제를 다시 생각케 한다.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줄거리가 흥미롭고 구성이 탄탄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창비 출판사의 지난해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당선작이다. 초등 4년부터 중학생까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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