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절도 등 전과 3범인 정모(44)씨는 지난 10년간 변변한 직장도 없이 월세집을 전전해야 했다. 전과자라는 꼬리표 때문이었다. 일용직 일을 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은 집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에도 모자랐다. 결국 정씨는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곤 했다.
절도 혐의로 6개월간 경남 진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해 7월 출소한 그는 한국갱생보호공단 창원지부에서 출소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주택을 임대해주면서 취업도 알선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면접 평가 등을 거쳐 올 1월 그는 꿈에 그리던 자기 집과 직장을 동시에 얻었다.
17평 아파트를 한시적으로 2년간만 임대해 주는 것이지만 적어도 이 기간 만큼은 지긋지긋한 집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공단이 알선해 준 특수금속회사를 다니며 벌어들이는 월 170여만원의 급여를 꼬박꼬박 저축하며 세 식구가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씨는 “이렇게 모으다 보면 10세인 우리 딸 은주가 중학교 갈 때쯤에는 아파트 전세금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갱생보호공단 창원지부가 교도소를 나온 출소자들을 상대로 시범 실시하고 있는 무상 주거임대 프로그램인 ‘가족생활관 제도’가 성공리에 정착되고 있다.
가족생활관 제도는 창원지부가 2001~2002년 1억원의 예산으로 매입한 17평형 연립주택 3채를 자활의지가 강한 출소자들에게 무상으로 2년간 임대해주고, 취업알선 등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가족단위의 갱생 프로그램.
창원지부가 경남 지역 교도소의 출소자 및 출소 예정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자활의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한 뒤 입소자를 최종 선정한다. 부양가족이 많거나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신청자가 대상이 되며, 무직자에게는 취업을 알선해 주거나 6개월에 걸친 직업훈련 등을 해 준다.
창원지부는 시범 시행 첫해인 2001년 12월 김모(47)씨 가족을 첫 입소자로 받아 2년 만에 성공적으로 자립케 했다. 김씨는 현재 부산에서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
2호로 입소한 김모(31)씨 가족도 지난해 퇴소한 뒤 거제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입소한 3,4호 가족들은 5호째인 정씨 가족과 이웃사촌으로 지내면서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창원지부의 가족생활관 제도가 호평을 받자 한국갱생보호공단은 앞으로 전국 5개 지역에서 총 750세대 규모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갱생보호공단 조재연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전과자에 대한 편견이 심해 갈 곳을 잃은 출소자들이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출소자의 가족공동체를 복원하면서 직업까지 구해주는 가족생활관 제도는 출소자들의 자립 희망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갱생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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