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56)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30일 회삿돈 219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검찰에 구속됐다.
인천지법 이은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인천지검 특수부(권성동 부장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임씨는 영장 발부 직후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임씨는 1998년 대상의 서울 방학동 조미료 공장을 전북 군산시로 이전하기 위해 방학동 공장 터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장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처리단가를 높게 책정하고, 폐기물량을 허위로 늘리는 방식으로 16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또 군산 공장을 신축하면서 18개 지역 건설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사 돈 54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비자금은 모두 임씨의 개인계좌로 입금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이 이제부터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19억원의 비자금의 사용처가 관심이다. 검찰은 일단 “임씨의 진술이 없더라도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사용처를 정확히 밝혀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상측은 5만 3,000여 평의 방학동 공장터에 아파트 단지와 도봉구 청사 등을 유치해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이 과정에서 비자금 일부가 로비용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더 큰 관심 대상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다. 인천지검은 2002년 7월 대상 임직원 3명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임씨에 대해서는 혐의를 밝혀줄 참고인 2명이 해외로 달아났다는 이유로 2004년 1월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참고인 중지는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과는 달리 ‘조사대상이 없으니 일단 미루자’고 사건을 보류하는 것으로 결국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검찰의 결정을 무색하게 만든 것은 올 1월 서울고법의 판결. 법원은 임직원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임씨의 혐의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국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임씨의 횡령 액수를 추가로 140여 억 원이나 찾아내 전격 구속했다. 정황상 검찰의 첫번째 수사가 봐주기 의혹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각에선 2004년 1월 당시 이종백 인천지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후임으로 오게 된 홍석조 지검장(현 광주고검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참고인 중지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씨는 임씨와 사돈 관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이다.
검찰은 최종 수사결과를 본 뒤 봐주기 의혹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만 밝히고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란 어제 오늘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결과가 다르다고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감찰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천정배 신임 법무장관은 검찰의 권한남용 방지를 위한 감찰 활동을 강조한 바 있어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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