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MBC드라마 ‘대장금’을 상호로 내건 떡집과 한정식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주제가 ‘오나라’는 노래방의 인기곡이 됐다.
2004년 여름에는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나온 분홍색 돼지저금통이 백화점부터 노점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깔렸고, 숱한 남성들이 낯간지러운 “애기” 소리를 연인에게 스스럼없이 해댔다.
그리고 지금 파티쉐(제과제빵사)를 꿈꾸는 이들로 요리학원이 문전성시다. 인터넷 쇼핑몰은 때를 놓칠세라 오븐 등 제빵 관련 제품들을 묶어 파는 기획 판매에 나섰다.
2003년 12월 개점한 ‘삼순이 호두파이’는 이름 덕에 최근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심장이 딱딱 해졌으면 좋겠어”라는 말이나 ‘섹시 쿠키’ 같은 신종 콩글리쉬를 모르고서는 유행에 둔감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때이른 더위와 경제불황, 병영 총기 난사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한국사회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 빠졌다. 모처럼 한 여름 밤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김삼순’은 29일 진헌(현빈)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삼순(김선아)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률 40.7%( TNS 미디어 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해신’ ‘부모님전상서’ 등 히트작을 포함해 2005년 그 어떤 드라마도 넘지 못한 고지를 방영 9회 만에 점령한 것이다.
게다가 2000년 들어 방영된 드라마 중 9회 만에 40%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김삼순’이 유일하다. 2004년 8월15일 종영한 ‘파리의 연인’ 이후 1년 만에 새로운 ‘국민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성공은 정통사극이나 홈드라마, 사회성이 강한 드라마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새로운 국민드라마’의 흐름을 반영한다.
‘김삼순’은 조선시대 버전 여성 성공담인 ‘대장금’과, 재벌2세와 발랄한 ‘팥쥐’의 로맨스를 그린 ‘파리의 연인’의 성공 유전자를 골고루 물려 받았다.
한 여성의 직업적 성취와 준(準) 재벌 2세와의 로맨스라는 판타지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는 ‘김삼순’이 드라마 시청률이 40%를 넘어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에서만 유일한 ‘드라마 신드롬’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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