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생명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이라는 초강경 대응책을 내놓음에 따라 정부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30%에서 15%로 축소하는 공정거래법이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을 높여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29일 “삼성의 주장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만큼 변호인단을 구성, 정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무엇보다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 문제와 관련이 있다. 금융계열사 보유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지분구조는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생명 7.99%, 삼성물산 4.43%, 삼성화재 1.39%, 이건희 회장 1.91% 등 삼성 특수관계인 지분은 17.72%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은 54.13%에 달한다.
따라서 의결권이 15%까지 낮아지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으로 그룹의 출자여력이 약 2조원에 불과해 여의치 않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헌법소원 제기는 삼성전자를 적대적 M&A로부터 방어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공정위도 단호한 입장이다. 강대형 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과정에서 국회 차원의 검토와 헌법 학자들의 자문을 충분히 거쳤고, 법리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해묵은 논쟁의 재연’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용인하면 고객 돈으로 출자한 자본을 지배주주의 의결권으로 이용하는 셈이어서 고객과 지배주주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며 “헌법에도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정당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위헌 결정이 내려지며 위헌 결정을 받은 해당 법조항은 곧바로 효력을 잃게 된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문제가 된 법조항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15%로 제한
이번에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법률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1조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조항이다.
법 조항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2조원 이상)에 속하는 금융이나 보험회사는 국내계열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3가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첫째 금융업 보험업 관련 계열사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한 경우 둘째, 보험자산의 효율적 운용ㆍ관리를 위해 보험업법 등의 승인을 얻어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한 경우이다.
세번째 예외 조항이 이번 헌법소원과 직결된 조항이다. 쉽게 풀어 쓰자면 “대기업 계열 금융ㆍ보험사는 계열 상장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주식의 수(총수ㆍ친인척ㆍ임원ㆍ계열사 명의의 주식 포함)가 아무리 많더라도 계열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5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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