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학 전형 기본 방향(이하 입학전형)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수시모집의 지역 균형 선발 전형과 특기자 전형, 그리고 정시모집의 선발 인원을 각각 30% 내외로 한다는 것과, 정시모집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대신 논술고사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기본원칙으로 ‘전형 유형의 다양화’와 ‘각 전형의 특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우수 학생 독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며 초중등 교육의 황폐화는 물론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 사회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될 방안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서울대를 선망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서울대가 특기자 전형을 통해 특정 분야 특기생을 독점하고, 지역 균형 선발 전형을 통해 지역의 우수 인재를 독식하며, 정시모집의 논술 확대를 통해 또 다시 ‘통합교과 형태’의 문제를 소화할 수 있는 일부 계층의 인재들을 독점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서울대는 정시모집에서 내신 비중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그 동안 교육부가 추진해 온 내신 중심의 대입 방향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올 학기 초 학생들이 입시 고통을 촛불에 실어 표현한 것은 이른바 명문대학을 가기 위한 무한 입시 전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내신 등급이 9등급으로 세분화되어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학교 교육의 과정과 내용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대학의 전형 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학교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학생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국가의 정책 방향 또한 전혀 무시하고 있다.
정시에서 내신 비중을 동결하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는 것은 결국 논술고사의 비중을 60% 이상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논술고사의 형태가 통합교과 형태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준비할 수 없는 내용을 평가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학 본고사’에 다름 아니다.
‘본고사’ 부활은 그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서울대 정시 ‘본고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부모와 교사들로서는 학원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부 계층 학생들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서울대는 정시의 논술고사를 일부 계층 학생들을 뽑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특목고의 동일 계열 진학을 위한 특별전형은 특목고 정상화뿐만 아니라 입시 교육 완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표현으로 특목고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일축하고 있다.
게다가 입학사정관제 역시 ‘법제화 후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여 현재의 입시 경쟁 교육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서울대를 대표하는 정운찬 총장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한 어떠한 사회적 책임의식도 읽을 수 없었으며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느꼈다. 이번 서울대 입시 발표에서도 우리는 공공 국립대학으로서 어떠한 책무성도 읽어낼 수 없다.
이철호 배문중 교사ㆍ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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