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맛있는 집에 가면 고기로 잔뜩 부른 배를 움켜쥐고도 냉면 한 젓갈 아니 들고 나올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체중 감량 등의 이유로 극한 자제력을 요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진정 맛있는 음식을 보면 ‘배 불러서’ 못 먹을 경란는 거의 없다.
내 경우에는 식후에 맛있는 디저트를 보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밥을 먹었다 해도 사양하기가 어려워지는데, 특히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지금 막 거품기를 돌린 휘핑 크림의 맛에는 ‘완전 항복’해 버린다.
나처럼 후식에 자제력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서 디저트가 발달한 나라 가운데 으뜸은 역시 프랑스. 빵과 스프와 샐러드, 전채 요리와 생선에 고기 요리까지 와인과 곁들여 먹고 나서도 치즈와 디저트는 건너 뛰지 않는다.
우리가 밥 먹고 보리차를 마시지 않으면 개운치 않듯이 프랑스 인들은 풍부한 향신료와 고기 맛으로 재워진 입 안을 치즈로 마무리하고, 디저트로 입을 가셔 주어야 비로서 식사를 다 한 느낌이란다.
‘밥 잘 먹고 나서 뭣 하러 그 단걸 먹어?’하던 이들도 후식에 한번 맛을 들이면 습관이 된다.
■ 과일을 올린 요거트 타르트
타르트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틀에 넣고 구운 겉껍질 속에 과일이나 크림 등의 속 재료를 채워서 마무리하는 음식의 형태다.
타르트를 잘만 이용하면 디저트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서양 요리들로 발전시킬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치즈와 달걀, 생크림을 섞어서 시금치나 다진 햄을 넣은 ‘시금치 타르트’는 간단한 점심이나 간식이 되고, 미국 요리 ‘미트 파이’처럼 카레 가루나 향신료를 넣어 볶은 다진 고기에 토마토 소스와 다진 양파, 피망 등을 섞어 채우면 레드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가 된다.
디저트라면 보통 노오란 커스터드 크림이나 콤콤한 치즈를 채워서 과일을 올려 마무리 하게 되는데, 오늘은 요거트를 이용해 본다.
크림이나 치즈에 비해 열량은 낮지만 칼슘과 단백질 함량은 빵빵한 떠먹는 요거트는 유산균까지 많은 발효 식품이니까 여름철 디저트로 딱이다. 일일이 반죽을 만들기 번거롭다면, 수입 식품점이나 제과 제빵 상에서 구입이 가능한 ‘만들어진 타르트’를 살 수 있다.
녹인 버터나 달걀 노른자를 살짝 풀어서 구입한 타르트(색이 멀겋다)에 바른 다음 오븐이나 오븐 토스터에서 잠깐만 구우면 노릇하게 색이 돈다.
여기에 젤라틴을 녹인 떠 먹는 요거트를 채워 넣고 차게 식히면 얼추 파이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지금 한창인 자두를 살살 썰어서 버터에 볶다가 코냑이나 브랜디를 몇 방울 떨구고 설탕을 솔솔 뿌려 마무리 하면 단단하게 굳은 요거트를 장식할 수 있다.
제과 상에서 타르트 껍질을 사서 쓰는 것조차 귀찮은 자들이여! 포기하지 말고 ‘춘권피’를 이용하라. 스프링 롤을 만들 때 쓰는 얇은 반죽은 대형 식품 매장에서 구입이 가능한데 두어 장을 겹쳐서 버터를 바른 다음 타르트 모양의 틀에 끼우고 오븐에 구우면 파이 껍질 대용으로 알맞게 바삭해진다.
■ 코코넛을 묻힌 찰떡
찹쌀로 밥을 짓는다. 뜨거울 때 소금과 물을 섞어 가며 절구로 처덕 처덕 찧어댄다. 이렇게 하면 제법 ‘떡 같은’ 반죽이 되는데, 한 김 식혀서 콩가루에 굴리거나 체로 가루 낸 카스텔라 위에 굴리면 바로 먹기 좋은 후식이 된다.
베트남 사람들은 찰떡 반죽 속에 밤소나 고구마소, 혹은 말린 과일소를 넣고 다진 코코넛 위에 도르르 굴려서 떡을 만드는데, 내가 처음 이것을 맛 본 곳은 베트남 아닌 파리였다.
당시 느끼한 음식이 연중 계속 되다가 베트남 식당에 들러 국수 한 그릇으로 속을 풀게 되었는데, 디저트 냉장고를 쓱 보니 ‘페를르 드 코코(코코넛 진주)‘라는 메뉴가 있었다.
아기 엉덩이처럼 몽실하고 하얀 반죽이 동그랗게 뭉쳐져서는 다시 하이얀 코코넛 을 뒤집어쓰고 있는 디저트였는데, 너무 귀엽고도 섹시한 모양새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
매운 소스와 고수를 듬뿍 넣고 먹은 베트남 국수가 배를 가득 채운 상태였지만 자스민 차 한 잔에 코코넛 진주를 아니 먹을 수 없었다.
떡을 집어 들었을 때의 그 말캉한 감촉, 폴폴 풍기던 코코넛 향기는 식후의 감각을 다시 깨우기에 충분. 반으로 깨물어 입에 넣으니 흰 반죽 속에 들어 있는 노오란 밤소가 마냥 달고 예뻤다.
벌겋게 간을 해서 술고래 일꾼인 양 훌훌 마셔 버린 국수 국물은 까맣게 잊고, 자스민 꽃향기와 코코넛 진주를 음미하며 티타임을 즐기는 영국 아낙처럼 우아해지는 나를 보며 디저트에는 ’맛‘이상의 매력이 있음을 알았다.
디저트의 낙원이라는 프랑스에서도 화려한 후식을 먹는 날은 특별한 기념일들뿐, 일반 가정에서는 과일 몇 조각에 생크림을 곁들이거나 설탕을 한 술 넣은 떠먹는 요거트로 후식을 삼는다.
중요한 것은 식사의 마무리를 짓는 하나의 절차를 거르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산도 있는 과일로 입 안의 PH밸런스를 맞추고, 濱僿?향으로 연인을 유혹하고, 시원한 온도로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게다가 덤이다.
잘 끓인 숭늉이든 수박 화채든 500원짜리 하드든 간에 식후에 먹는 디저트는 거절하기 어려운 선물 같다.
★ 요거트 타르트
박력분 125g, 버터60g, 설탕 60g, 달걀 노른자 1개, 소금 약간, 우유 1큰 술, 떠먹는 요거트 2개, 판 젤라틴 10장(20g), 자두 3개, 버터 45g, 설탕 1큰술, 꼬냑 약간
1. 박력분, 버터, 설탕, 달걀, 소금, 우유 혹은 물을 섞어 가며 탄탄한 반죽을 만든다.
2. 1을 밀대로 밀어서 버터를 바른 타르트용 틀에 얹고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10~12분 굽는다.
3. 2의 타르트를 틀에서 꺼내어 한 김 식힌다.
4. 찬 물에 불려 둔 판 젤라틴을 꼭 짜서 물기를 뺀다.
5. 요거트 두 큰 술을 불에 데우고 4의 젤라틴을 섞어 녹인 다음 나머지 요거트와 합친다.
6. 3의 타르트 속에 5의 젤라틴 요거트를 채워 넣고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7. 자두를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버터와 함께 팬에 지진다.
8. 7에 설탕, 소금, 꼬냑을 넣어 약 불에 졸인다.
9. 8을 차게 식힌 다음 6위에 올려서 마무리.
★ 코코넛을 묻힌 찰떡
찹쌀 1컵, 소금 약간, 건과일(자두, 파파야) 50g, 꿀 1/2큰 술, 시럽 약간, 다진 코코넛.
1. 찹쌀은 물에 충분히 불렸다가 밥을 짓는다.
2. 1에 소금을 넣고 물을 적셔 가며 찧어 반죽을 만든다.
3. 건과일은 잘게 다지고 꿀을 섞어서 질척하게 만든다.
4. 2의 속에 3을 넣고 아물려서 잘 빚는다.
5. 4를 시럽에 한번 묻혀서 다진 코코넛을 고루 묻혀 말린다.
**찹쌀 가루에 소금, 물을 섞어 반죽 한 다음 찜통에 쪄서 사용해도 좋다**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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