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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2005 미스코리아 53명의 후보들 - 포부·합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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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2005 미스코리아 53명의 후보들 - 포부·합숙훈련

입력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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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은 꿈도 없다? 얼굴로만 어떻게 해보려고 한다고요? 천만에요.” 설문 조사 결과 2005 미스코리아 후보들 가운데 교수, 변호사, 판사 등 전문직을 꿈꾸는 참가자는 17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분명 변해가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독특한 경험을 통해 자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꿈 많은 대학생은 이미 각각의 길을 정해 열심히 달려 오고 있었다.

유씨 버클리 미술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보라(22)씨는 미대 교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영어가 유창한 그는 어릴 때부터 한글 학교를 다닌 덕택에 한국말로 의사 소통하는 데 불편이 없었다. 수영과 농구 등 스포츠를 즐기고 플룻 연주 솜씨도 수준급인 그는 “가슴이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에서는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민정(25)씨, 교육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손지영(22)씨, 디자인과 2학년 휴학중인 오은영(19)씨가 그들. 김씨와 손씨는 아나운서가, 오씨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또 한국 외국어 대학 언론정보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이은지(18)씨는 “학업에 혹시 지장이 있을 까봐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며 “기자가 돼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UCLA 정치학과를 졸업한 정재희(23)씨는 변호사가 꿈이고, 전주대학교 법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조혜진(20)씨는 검사가 목표다. 이 밖에도 2005 미녀들은 동시통역사, 약사, 사회사업가, 회계사 등 다양한 전문직을 희망했다.

6월 12일부터 합숙 훈련을 시작한 53명의 미스코리아 후보자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팔방 미인들을 직접 찾아가 봤다. 대회를 코앞에 둔 그들은 행여 질세라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7일 오후 7시 경기 광주시 한사랑 마을에서 4시간여 동안 장애아 돌보기 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 온 그들. 아리따운 얼굴 위로 드리운 것은 피로의 여파만은 아니었다.

"아기들을 만나고 오니 가슴 뭉클하더라. 그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도 생기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애아를 돌보면서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다. 카페테리아에 삼삼오오 짝지어 저녁 식사를 하는 그들의 화제는 결국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숙연한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 한국말이 서툰 뉴욕 진 윤진(20)씨가 갑자기 화제를 돌린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 친구들 참 재밌어요. 같이 수다를 떠들다가도 갑자기 카메라 폰을 들고 본인을 향해 셔터를 눌러대잖아요. 하하하.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미국에서 그런 짓 하면 왕따 당하죠. 여기 와 보니 이것도 하나의 트랜드더라고요" 라며 웃었다. 처음에는 한국 친구들의 행동이 낯설어 미국에서 온 친구들끼리 머쓱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기 일쑤였다는 그는 "이젠 우리도 한국 사람 다 됐다"며 너스레다.

연습이 시작된다는 방송이 나오자 후보자들이 서둘러 자리를 뜬다.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던 53명의 미녀들은 드레스 워킹 음악이 흘러 나오자 일제히 자기 자리로 간다.

안무를 맡은 김성일 단장(뮤지컬 안무가ㆍ전 MBC 무용단장)의 큐 싸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프로처럼 바뀌었다. 그날의 연습은 스테이지에서의 드레스 워킹. 스카치 데이프로 표시된 둥근 라인을 따라 스테이지 감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떨어진다 떨어져. 그렇게 감을 못 잡으면 어떡하냐. 무대에 나가서 떨어지고 싶어? 다시." 김 단장은 한 번의 실수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일이 없다.

한 명이 통과하고 나니 줄줄이 오케이다.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띄고 8cm 높이 하이힐을 신은 채 몇 시간째 같은 연습이 반복됐다. 에어컨도 무용지물, 땀이 줄줄 흐른다.

11시가 넘어서야 연습이 끝났다. 다들 하이힐을 벗고 발을 주무른다. 며칠 전 친구들과 예쁘게 칠한 매니큐어도 벗겨지고 발톱은 부서지고 발은 퉁퉁 부었다. 한 30분쯤 쉬었을까.

일부는 올라가고 일부는 또 남아 스테이지를 다시 익힌다. "보통 하루에 4시간 정도 자요. 수면 부족이죠." 경북 미 김영희(21)씨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벽 1~2시가 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누가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했던가. 다음 날 아침 6시가 되자 칼 같이 일어났다. 체조를 하고는 샐러드와 빵으로 가볍게 아침을 해결한다. "1kg 더 빼야 하는데 운동하고 많이 먹으니까 오히려 살이 찌네, 쪄. 어쩌나?" 여기 저기서 걱정하는 소리다.

오전 9시, 2부 오프닝에서 선보일 군무 연습이 시작됐다. 미녀들이 양쪽에서 춤을 추며 중앙으로 몰려든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쭉쭉빵빵 그녀들이 한눈에 들어 왔다.

움츠리고 있던 봉우리가 활짝 피는 듯 했다. 본선 대회 때 신을 구두를 신고 조별로 치러진 단체 연습은 쉴 새 없이 계속됐다.

점심 식사 후 30분간의 달콤한 휴식 시간. 쓰러져 단잠을 자는 친구들도 있고 수다 떠는 그룹도 있다. "요즘 미스코리아 사이트 봤어? ", "이건 완전 인격 모독이야", "악성 리풀 때문에 밤마다 한 방에 한 명씩은 울잖아. 우리도 당하지만 말고 대책을 찾아 보자." 상처 받고 있는 친구들을 보다 못한 몇몇 친구들이 얘기가 나온 김에 대회 관계자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익명으로 달아 인터넷에 올리는 작태에 대한 해결책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중에는 부모까지 욕하는 글을 달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젯밤에도 속상해서 혼자 울었다는 한 후보자의 말이다.

옆에 있던 경기 진 유혜미(22)씨도 "일반인들이 미스코리아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참 많아요. 저도 해 보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지력, 심력, 체력, 인간 관계, 자리 관리가 철저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라고 전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회 관계자의 다짐을 받은 후에야 모두들 안도하는 듯 했다.

"자, 다들 기운을 냅시다! 이제 며칠 안 남았어요. 끝까지 최선을 다 하자고요." 김 단장의 힘찬 구령에 맞춰 53명의 미녀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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