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성철 스님이 살아계실 때 아래 세상의 음식이고 과일이 절에 들어오면 그 중 가장 좋은 것을 뜨거운 여름동안 저마다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에게 올려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스님들이 수박을 먹은 다음이었는데, 속살이 벌겋게 붙은 수박껍질이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려진 것을 보고 스님께서 대노하셨다고 한다. “얻어먹는 중들이 어떻게 음식을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가?” 야단을 맞은 스님들이 쓰레기통에 버린 수박껍질을 다시 물에 씻어 껍질이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숟가락으로 긁어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가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하면 나도 아내도 수박을 사오기 전에 먼저 그 얘기를 한다. 아이는 이제 ‘성철 스님 수박 얘기’는 너무 들어 지겹다고 한다. 지겨워도 나는 하고 또 한다.
“너, 수박 한 통이 우리집에 오자면.......” “알아요, 알아. 농부는 그 수박 안의 물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린다는 거요. 예전에 성철스님이….”
바야흐로 수박철이 돌아왔다. 올해는 또 수박 때문에 아이와 얼마나 싸워야 이 여름이 물러갈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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