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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유가 대책, 문제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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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유가 대책, 문제는 행동이다

입력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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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 도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올해 상반기 평균 가격은 작년에 비해 10달러 이상 올랐다.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석유수출기구(OPEC) 일부 회원국들의 정세 불안이 유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국제 석유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수급 구조의 불일치다. 중국, 인도 등 거대 경제권이 세계 경제질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이 국가들이 선진 경제를 따라잡기 위해 고성장 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석유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한가지 예로 중국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석유 순수출국이었는데, 빠른 공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수입국으로 전환했다. 반면 1990년대 저유가 시대를 겪으면서 OPEC 회원국이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 석유채굴 및 정제능력이 수십 년 내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늘어나는 수요에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원유가격 상승요인이 단기간 내 해결될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원유가격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고유가 시대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제 좋든 싫든 고유가 시대가 대세가 되고 있는데, 한국경제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원중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80년 61.1%에서 2004년에는 45.6%로 외형상 에너지 소비 구조가 크게 개선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증가에 따르는 상대적인 석유소비 비중의 축소 때문이지, 선진국과 같은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정책이나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 개발정책 때문은 아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 엔진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96.6%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2차 오일쇼크 때인 80년의 73.5%보다도 악화한 수치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국 경제에 효과적인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경제발전 수준에 맞는 뚜렷한 산업정책이 없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경제 구조는 70년대와 같이 에너지 소비가 높은 중화학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기존 에너지 관련정책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 최근만 보아도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대부분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다. 승용차 강제 10부제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과거의 경험을 볼 때 다중 이용 시설 사용시간 제한, 승강기 격층 운행, 네온사인 규제, 가로등 하나 건너 끄기 등 에너지 소비억제 대책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한국 경제가 고유가의 높은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정책마인드가 필요하다. 무작정 에너지 소비만을 억제하는 정책이 절대적인 선(善)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수 불황이 장기화해 대다수 국민에게는 실업, 신용불량자, 중산층 붕괴, 가정 해체 등의 용어가 친숙한 상황인데 석유를 물쓰듯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 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정책 담당자들이 모여 선진국형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로의 빠른 이행과 기술혁신 등을 통한 산업 내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찾는 것이 에너지 절약 캠페인보다는 옳은 선택일 것이다. 한편 더 장기적으로 볼 때 향후 수십 년 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 이미 강대국 사이에는 치열한 에너지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에너지 안보문제는 현실이다. 석유 등 기존의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든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신재생 대체에너지 산업을 육성시키든지 어느 것이든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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