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취한 지 오늘로 만 3년이다. 6ㆍ15 남북정상회담 후 2년 만에 이뤄진 이 조치는 북한의 개혁ㆍ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 여부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노동의욕 고취를 위한 임금 체계 개선과 가격 현실화, 기업 자율성 확대, 경제계획 권한의 일부 이양 등이 핵심이다. 이는 천리마 운동 등 사상적 동원에 의존하던 생산성 향상 전략에서 물질적 인센티브와 시장메카니즘의 활용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북한은 7ㆍ1 조치 이후 유통, 농업, 기업 분야에서 잇따라 후속조치를 내놓아 변화에 대한 외부세계의 기대를 높였다.
▦7ㆍ1조치 후 북한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시장경제 마인드 확산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개인들은 배급제 폐지와 성과에 따른 분배가 적용되면서 일한 만큼 보상이 많아진다는 의식을 갖게 됐고 기업들은 이윤과 판매를 염두에 두고 품질 향상을 위
해 노력한다고 한다. 종합시장 활성화 등 시장메카니즘의 확산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기초한 가격기구의 작동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평양에는 전문 도매상과 24시간 편의점, 부유층 상대의 고급전문점도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애초부터 생필품 가격 인상폭이 임금 인상폭보다 컸던 데다 공급부족으로 극심한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2002년 7월 1㎏에 44원 하던 쌀 가격이 지금은 800원으로 올랐고 돼지고기는 1㎏ 180원에서 1,800원으로 뛰었다. 계층간 지역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시장조절기능이 일부 생겨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부족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은 북한 자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 연구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즉 개혁개방을 통해 외부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현재 북한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극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문제로 시간을 끄는 것이 자신들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도 확인된다. 7ㆍ1 조치 이후 북한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는지의 여부도 핵 문제 해결 이후에나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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