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사설 정보지‘넬슨 리포트’가 한국 대사관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가 실수로 공개돼 외교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워싱턴의 한국정책 플레이어’라는 이름의 특별보고서는 24일 이 리포트의 구독자 전원에게 이메일로 배포됐다.
UPI통신 기자 출신으로 넬슨 리포트를 운영하는 크리스 넬슨이 작성한 22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및 의회, 언론, 싱크탱크 등의 한반도 전문가의 성향과 역학관계가 분석돼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실권은 딕 체니 부통령에게 있다”고 단정하는가 하면,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의 기사를 부정확하다고 폄하하는 등 노골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또 “부시 정부의 대북 인식은 1기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 내에 한반도 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이 일면서 차세대 한국 전문가들이 키워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통령실 북한과의 협상 등 한반도 관련 정책의 모든 결정 권한은 체니 부통령이 장악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한국 문제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 자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의 오른팔인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과 스티브 예이츠 외교보좌관 정도가 핵심 인물이다.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앙정보국(CIA) 등의 관리들과 협의해 독자적으로 판단한다.
백악관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이외의 비밀 두뇌는 갖고 있지 않다. 한반도 관련 정책 보고는 국무부에서부터 NSC의 빅터 차 아시아담당 국장, 마이클 그린 선임국장, 잭 크라우치 부보좌관을 거쳐 스티븐 해들리 보좌관에게로 올라간다.
NSC 핵확산방지국장을 지낸 로버트 조지프가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으로 옮긴 것은 도리어 한국에 좋은 소식이다. 조지프 차관은 전향적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려는 그린 선임국장의 시도를 차단해왔었다.
국무부 라이스 장관의 자문단은 로버트 죌릭 부장관을 제외하면 아시아의 최근 동향을 잘 알지 못한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주한 미대사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간 뒤 동아태국을 물갈이할 정도로 라이스 장관의 신임이 두텁다.
유럽 전문가인 캐슬린 스티븐스를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로 임명한 점 등은 우려스럽다.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담당특사가 한반도 정책의 실세인 체니 부통령 그룹의 전적인 지원을 받는 점은 한국에 좋은 소식이다.
국방부 럼스펠드 장관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방부 내 한반도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리틀 테이블’ 고정멤버는 로런스 디리타 대변인,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피터 로드맨 차관, 그리고 대표적 한국통인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이다. 마이크 피니건 한국과장이 주한미군 재편 문제 등을 맡고, 스콧 피니 북한과장이 북한 쪽을 다룬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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