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 개선안은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독서이력철’제도를 시행하고 이를 위해 독서매뉴얼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독서이력철 제도가 시행될 경우 자발적이어야 할 독서 활동이 학습과 평가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는 마음을 살찌우고 삶을 가꾸는 즐거운 활동이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지혜와 경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성찰을 얻으려면 자발적 독서 행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독서이력철 제도는 독서인증제를 통한 인증 등급, 독서 행사에서 수상한 경력, 독서량, 읽은 책 목록, 독서시험 점수를 기록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독서가 아이들에게 부담스러운 공부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책 읽기를 암기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아이들은 개성, 문화적 환경이나 인지와 정서의 발전 단계에 따라 같은 책을 읽어도 저마다 다른 인식을 가진다. 하지만 독서가 평가의 대상이 되면 아이들은 획일화한 목록으로 획일화한 사고를 하게 될 지 모른다. 개인의 독서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생각을 획일화, 단순화, 서열화하는 위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겠다는 것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하고 파악하고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사람은 책을 읽고 생각을 키우면서 가치관과 세계관을 세워간다. 개인이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사상을 세워 가는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국가에서 이것을 관리한다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책을 자발적으로 읽도록 하기 위해서는 독서환경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책을 읽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 읽어주기가 가족이 함께 누리는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활성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견주어 공공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공공도서관을 많이 설립해 더 많은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도록 하고, 그 책의 길잡이 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전문 사서를 배치해야 한다. 전문 사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옥선 어린이도서연구회 상임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