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로 여행을 떠날 때면 으레 두 곳을 떠올리게 된다. 물과 초원이 어우러진 헙스걸 호수, 야생화의 천국인 국립공원 테렐지. 수도 울란바타르(Ulaanbaatar)에서 비행기와 자동차를 이용하면 몇 시간 만에 쉽게 도착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몽골의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몸으로 직접 느끼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한여름의 강력한 햇볕을 4륜 구동 자동차에 싣고 느긋하게 중부 고원 지대의 초원과 산악 지형을 달려가 보자.
▦ 흙먼지 날리며 도착한 오르홍(Orhon) 폭포
아침 일찍 울란바타르 서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면 뿌연 흙먼지와 함께 드넓은 평원을 달리는 쾌감이 사로 잡는다. ‘혹시 자동차가 고장 난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도 잠시 뿐.
온몸이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는 야크(yak)와 양, 말들이 반긴다. 차를 멈추고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야크는 도망갈 생각이 없다. ‘사각 사각’ 열심히 초원의 풀들만 뜯고 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몽골 유목민들의 전통가옥 게르(ger)는 13세기 전세계를 호령했던 칭기스칸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300km의 포장 도로를 5시간 만에 겨우 벗어났지만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비포장 도로 뿐, 장대한 물줄기는 아직 깜깜 무소식이다. 350km 더 남았다는 가이드의 말이 아찔하다.
하지만 10시간 만에 높이 20m, 폭 10m의 폭포를 보는 순간, 마음까지 씻겨 내려간다. 오르홍 강 상류의 후르후레(Hurhree)의 대초원과 강을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 밤하늘 즐기는 '쳉헤르' 온천
오르홍 폭포에서 4시간(150km)만 달리면 쳉헤르(Tsenher) 온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쳉헤르 지구르’란 게르 리조트가 있어 뜨거운 돌과 함께 삶은 양고기 요리인 전통 음식 ‘허르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오후에는 몽골 전통 의상인 ‘델’을 입고 유목민으로 변신, ‘추우’를 외치면 호쾌한 질주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하얀 색의 에델바이스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자동차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온천으로 풀다 보면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양떼 구름이 핏빛보다 짙게 물들기 시작한다. 새벽 4시에 뜬 태양이 초원을 붉게 태운 후 밤 11시가 지나야 서쪽 능선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일몰의 여운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어느새 주먹만한 별들로 가득 차, 무게를 못 이기고 하얀 게르 위로 금방이라도 쏟아 질 것 같다. 전통 현악기인 ‘마두금’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면 금상첨화다.
▦ 옛 몽골 제국의 수도 '하르호린'
쳉헤르에서 6시간(200km) 남짓 달리다, 언덕 위에 ‘하닥’이라는 푸른 천 조각을 걸쳐 놓은 성황당을 발견하면 하르호린(harhorin)에 도착한 것이다. 13세기 몽골 2대 칸인 오고데이에 의해 수도로 정해진 후 20년 동안 북방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왕성한 곳이다.
그러나 쿠빌라이 칸이 베이징으로 천도하면서 지방도시로 전락해 화려했던 발자취는 사라진 상태. 1586년 건립된 불교 사원 에르덴조(Erdene Zuu) 사원이 당시 융성했던 문화를 웅변해 주고 있다. 불교의 108번뇌를 의미하는 스투파(불탑) 108개로 둘러 쌓여 있다.
유목민들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기쁨. 담배나 술, 성냥 등을 선물로 주고 소젖으로 만든 ‘타르크’ 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다. 원시의 대초원과 함께 유목민의 순박한 삶을 고스란히 느끼는 순간이다.
하르호린과 울란바타르 사이에 위치한 초원 위의 사막 바얀고비(Bayangovi)도 좋은 추억 거리. 고비는 사막을 의미한다.
▦ 몽골의 중심, 울란바타르
여행의 종착지인 울란바토르. ‘붉은 영웅’이란 뜻으로 한국산 자동차가 많아 거리가 낯설지 않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드라마 ‘슬픈 연가’가 인기다.
1921년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혁명 영웅 담다니 수흐바타르의 이름을 딴 수흐바타르 광장을 중심으로 시가가 형성돼 있다. 중국의 종교 억압 속에서도 살아 남은 몽골의 유일한 사원인 간단사도 구경거리다. 26m 높이의 대형 불상이 모셔져 있다.
자연사 박물관, 역사 발물관, 몽골 전통 공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울란바토르의 젖줄인 톨강을 지나 우리나라의 남산처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자이승 승전탑도 볼만 하다.
울란바타르=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여행수첩/ 몽골
● 여름철 평균 기온은 22~28도 정도이지만 한낮 기온은 30도를 넘을 때가 많다. 고산 지대이며 대륙성 기후를 보여 주는 몽골은 자외선이 강하고 무척 건조한 편이다. 자외선 차단제, 모자, 선글라스 등 햇빛을 차단할 도구를 꼭 준비해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기 때문에 스웨터나 재킷도 준비해야 한다. 게르 생활을 위해서는 침낭도 필요하다.
● 러시아와 중국 대륙 사이에 위치한 고원 국가인 몽골의 정식 명칭은 몽골리아(Mongolia). 13세기 칭기스칸의 정복 시대에는 영토가 끝없이 넓었고 지금도 몽골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7배가 넘는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지만 여름에서는 서머 타임제를 실시해 차이가 없다.
● 인천 국제 공항에서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까지 직항편이 7월과 8월에는 매일 한 차례씩 있다. 비행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몽골의 화폐 단위는 투그릭(Tugrik). 1,000투그릭은 1,100원 정도.
● 울란바토르에서 달러를 투그릭으로 환전할 수 있다. 전압은 220V.
● 한국 4X4 자동차 협회(회장 이동석)는 몽골에서 8월 29일까지 ‘2005 k4 챌린지’ 행사를 개최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몽골의 산악 지형과 평원을 4X4(4륜 구동) 자동차로 달리며 몰골의 자연을 경험하고 탐험 정신을 기른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탐사대는 3인 1조. 4박 6일 일정으로 총 1,500km를 이동할 계획이다. 차량은 총 6대가 준비돼 있으며 통역과 가이드도 동행한다.
● 출발일은 7월 6, 20, 27일/ 8월 3, 10, 17, 24일. 참가비는 180만원. 접수는 K4챌린지 조직위원회(www.k4challenge.com)에서 받는다.
● (문의)02-2263-0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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