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을 ‘봐주기’ 논란 끝에 뒤늦게 구속했지만, 이제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19억원의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히는 일이다. 검찰은 일단 “임씨의 진술이 없더라도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사용처를 정확히 밝혀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상측은 1998년 5만 3,000여평의 미원 방학동 공장을 철거하면서 공장터에 아파트를 짓는 대신 4,300평을 도봉구 청사 신축부지로 제공키로 구청측과 합의했고, 그 결과 공장부지가 주거ㆍ업무단지로 바뀌면서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비자금 일부가 당시 구청 등에 대한 로비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임씨의 혐의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다. 인천지검은 2002년 7월 대상 임직원 3명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임씨에 대해서는 혐의를 밝혀줄 참고인 2명이 해외로 달아났다는 이유로 2004년 1월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참고인 중지는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과는 달리 ‘조사대상이 없으니 일단 미루자’고 사건을 보류한 것이다.
검찰의 결정을 무색하게 만든 것은 올 1월 서울고법의 판결. 법원은 당시 임직원 3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하면서 “임씨의 혐의도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국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임씨의 횡령 액수를 추가로 140여억원이나 찾아내 전격 구속했다. 정황상 검찰의 첫번째 수사가 봐주기 의혹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각에선 2004년 1월 당시 이종백 인천지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후임으로 오게 된 홍석조 지검장(현 광주고검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씨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씨는 임씨와 사돈 관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이다.
검찰은 최종 수사결과를 본 뒤 봐주기 의혹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만 밝히고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란 어제 오늘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결과가 다르다고 무조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감찰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천정배 신임 법무장관은 검찰의 권한남용 방지를 위한 감찰 활동을 강조한 바 있어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조미료 대명사 '미원'창업자 장남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을 개발한 임대홍 창업주의 장남이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돈이다. 임 명예회장은 1987년 대상 회장에 올라 1997년 전문경영인 고두모 회장에게 자리를 넘기면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부친 임대홍 창업주가 우리나라 최초의 발효 인공조미료를 직접 연구 개발, 대히트를 쳤듯 임 명예회장도 상품 아이디어를 직접 발굴하고 연구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대상그룹의 주력사는 대상㈜로 1960년대 조미료 미원으로 성장해 90년대 식품브랜드 ‘청정원’으로 자리잡은 종합식품회사다. 전북도에서 근무하던 임대홍 창업주가 56년 설립한 동아화성공업㈜가 모태. 62년 미원을 개발한 후 사명을 ㈜미원으로 바꾸고 사세를 떨치기 시작, 70~80년대 일본 미국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다각화했다.
대상㈜ 대상사료㈜ 대상식품㈜ 대상농장㈜ 대상정보기술㈜ 등 총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세원E&T와 세원중공업 등은 2000년 세원그룹으로 분리돼 임창욱 명예회장의 동생인 임성욱 회장이 이끌고 있다.
임 명예회장은 세령 상민씨 등 두 딸을 두었는데, 큰 딸 세령씨가 98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결혼함으로써 삼성가과 사돈이 됐다.
70년대 유명한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의 혼사였고, 세령씨가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어린 신부였다는 점 등으로 당시 결혼은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임 명예회장은 2001년 주식의 거의 대부분을 두 딸에게 상속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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