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여행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정모(43)씨. 그런 그가 당뇨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장기 해외 여행은 물론이고 국내 여행조차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여름 나기도 버거운 당뇨병 환자들에게 여행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찜통 더위와 만성질환으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는 여행만한 게 없다.
정씨와 같은 만성 질환자도 몇 가지만 주의하면 정상인과 다름없이 장기간 해외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당뇨병
당뇨병은 해외 여행의 결격사유는 아니다. 다만 긴 여정으로 인한 피로, 불규칙적인 식사, 평소 먹지 않던 음식 등에 대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뿐이다.
당뇨병 환자는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하므로 재료나 조리법이 달라 칼로리 파악이 힘든 외국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는 게 좋다.
대개 인슐린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지만 냉장 보관해야 하는 인슐린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인슐린을 주사할 때에는 소독을 위해 알코올 솜이 필요하지만 준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사 부위를 물로 깨끗이 닦고 주사하면 된다.
인슐린을 맞거나 경구약을 먹는 당뇨병 환자는 해외 여행시 약 복용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도착지가 우리나라와 12시간 정도 시차가 난다면 여행 당일 아침은 인슐린을 절반 정도만 주사하고 먹는 약의 양도 반으로 줄인다.
그런 다음 여행지에 도착한 뒤 다음 날 아침부터 평소 용량대로 주사를 맞으면 된다. 또한 장기간 여행으로 인한 저혈당에 대비하기 위해 수시로 혈당체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 심혈관질환
해외 여행 중 사망은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심혈관 질환자들은 해외여행에 앞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심장약을 충분히 처방받고, 최근의 심전도, 치료과정, 상태 등을 기록한 진단서나 소견서도 준비해야 한다.
비행기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내 산소의 압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정상인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협심증, 부정맥, 심근경색 환자들에게는 자칫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최근 6주 이내 발병한 합병증이 있는 심근경색증 환자, 불안정성협심증 환자, 심부전 환자, 고혈압 환자, 부정맥 환자, 2주 이내 관상동맥우회수술 시술 환자, 아이젠맹거 증후군 환자, 심장판막증 환자 등은 가급적 항공 여행을 삼가야 한다.
심혈관 질환자의 경우에는 해외 장기 여행시 탈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구토나 설사 등 소화기계통 장애나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뇨제나 안지오텐신전환 효소억제제를 복용하는 심부전증 환자는 저혈압으로 신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더운 나라로 여행하는 것은 한다. 몸무게가 3㎏ 이상 감소하면 수분섭취와 이뇨제 투여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
■ 만성 호흡기 질환
천식, 만성폐석 폐질환, 폐결핵 등 만성 호흡기 질환자는 항공 여행시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운항시 기내 압력은 해발 1,500~2,400㎙의 고지에 올랐을 때와 비슷하기 때문에 보통 대기에서보다 약간 저산소 상태(대기중 산소는 21%인데 기내공기의 산소량은 15% 정도)가 된다.
비행기 탑승시 개인용 산소탱크 휴대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호흡기질환이 심한 사람은 탑승 72시간 전 항공사에 산소 공급을 요청해 두도록 한다.
만성 호흡기 환자의 경우는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여행하기 전에 감기 예방접종을 받아두는 게 좋다.
■ 임신부
임신부들은 분만 예정일이 가까워지면 항공 여행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 때문에 많은 항공사들이 분만 예정일이 4주 이내인 임산부에게는 비행기에 탑승해도 무관하다는 의사의 증명서를 요구한다.
또 짧은 항공 여행이라도 분만 예정일 7일 이내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도록 한다. 비행기가 갑작스러운 기류변화로 요동칠 경우에는 태아에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안전벨트를 골반에 매는 게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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