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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생필품 업계 "매장 '골든 존'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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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생필품 업계 "매장 '골든 존'을 잡아라"

입력
200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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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섬유 유연제 전문기업인 피죤이 액체 세제 ‘액츠’를 출시하면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매장 진열대에서 액츠를 CJ라이온의 ‘비트’와 애경 ‘스파크’ 사이에 자리잡도록 한 것이었다.

비트와 스파크는 국내 세탁세제 시장을 엇비슷하게 나눠 차지하고 있는 대표 상품들. 가루세제에 익숙한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액체 세제도 가루 세제와 동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공략 대상인 경쟁사 제품 한 가운데에 비치토록 한 것이다.

유통업체 매장에서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자리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판매사원들이 매장에서 하는 프로모션 행사 처럼 눈에 띄는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눈길과 손길이 가장 잘 닿는 자리인 ‘골든 존’(Golden Zone)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늘 조용히 진행중이다.

30일 개점한 헬스ㆍ뷰티 전문점 GS왓슨스 명동점의 경우 정식 오픈 전부터 치열한 ‘골든 존 싸움’이 벌어졌다. 80평 규모의 1층 전체를 차지한 화장품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LG생활건강의 진열장. 매장 입구 두번째 자리에 폭 8m 규모를 차지한 LG생활건강 진열장은 좌우의 로레알이나 태평양보다 30% 이상 크다.

통상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이 함께 경쟁하는 전문점에서는 LG생활건강보다 태평양의 진열장이 두드러지기 마련. 하지만 LG생활건강은 “명동의 화장품 전문점에는 들어가지 않는 H₂O제품을 단독 공급하겠다”며 GS왓슨스를 설득했다.

태평양의 자체 브랜드숍이 GS왓슨스 주변에 포진해 있어 매출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GS왓슨스 매장의 길이가 길어 왼쪽 벽면이 가장 눈에 띄는 골든 존”이라며 “명동은 화장품 트렌드가 가장 앞서가는 상징적인 상권이어서 GS왓슨스 매장 내 입점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장내 싸움에서 밀린 태평양은 벽면 진열장 외에도 매장 중앙 매대에 남성용품, 헤어용품, 바디용품 등을 채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

2001년 프리미엄 샴푸 ‘엘라스틴’을 내놓았을 때 LG생활건강은 엘라스틴이 ‘팬틴’과는 함께, ‘도브’와는 따로 떨어진 곳에 자리 잡도록 매대 위치를 정했다. 고가 전략을 쓰는 1위 브랜드 팬틴과 경쟁함으로써 비슷한 이미지 획득에 성공한 엘라스틴은 현재 팬틴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물론 ‘골든 존’은 매장이나 상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동선을 따라가며 오른쪽, 가장자리, 눈높이에 있는 매대가 골든 존이다. 165㎝ 높이 진열장에서 보면 눈높이인 두번째 단이 골든 존인데, 가장 매출이 높은 브랜드, 또는 한 브랜드 안에서도 주력제품이 이 곳에 놓인다.

길쭉한 진열장이 줄지어 있는 할인점 전체를 보면 ‘엔드 매대’라고 불리는 진열장 끝부분이 가장 고객들의 주목도가 높고 매출도 좋다. 주로 기획 상품, 단독 상품, 프로모션 상품을 진열하면서 판매사원이 옆에 붙어 판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곳에 자리를 잡으려면 할인점과 협의를 거쳐야 하고 진열비도 따로 내야 한다.

하지만 가장자리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대의 중간지점이 판매가 더 잘 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샴푸나 세제 같은 상품들이다. 왜일까? 롯데마트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나 고객 인지도가 비슷비슷한 상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샴푸나 세제 같은 생활필수품은 소비자가 눈에 띄는 대로 바로 사지 않고, 한번 둘러보면서 생각한 뒤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할인점 안에서 업체들의 자리 싸움은 대단하지만 결정 권한은 유통업체가 쥐고 있다. 할인점들은 매출과 이익률을 철저히 계산, 그 결과에 따라 진열 면적을 할당하고 위치를 선정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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