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는 합창부 일로 신이 났다. 연습하느라 아침마다 두 눈을 비비면서 등교한지도 두 달이 지났다. 돌아 올 때는 그날 배운 노래를 엄마한테 신나게 들려준다.
딸이 연약한 새싹 같기만 했는데 요즘 보면 대견하다. 합창부에 들어가기 위해 선생님 앞에서 테스트를 받았을 아이를 생각하니 대견했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 또 대견했다. 그래서 보고 싶었다. 노래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또 얼마나 잘하는지. 합창대회 날이 됐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나섰다.
올해 개교한 학교라 건물이 산뜻하고 깔끔했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아직 사용하지 않는 교실이었다. 참관 온 엄마들은 교실 단장에 나선 아이들과 함께 창문을 열어 공기를 정화하고 옆 교실로 책상을 옮겼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먼지 날릴까 조심조심 문 틈까지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교감 선생님이었다. 우리가 하겠다고 해도 극구 마다하며 “내가 하면 되는 일입니다.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 옆에 서 있었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문 틈에 쌓인 먼지를 걷어내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 감격해 한 것도 오랜만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훌쩍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그러다 보면 내 것만 아는 아이로, 내 것만 아는 엄마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내 생각은 거기서 멈추고 만다. 나는 그날도 내 것만 아는 엄마로 그 자리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걸레를 쥔 교감 선생님의 소박한 모습을 보고 감동하고 반성했다.
저녁 무렵 저무는 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러나 바쁘게 살다 보면 아름다운 장면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합창대회에서 본 걸레를 든 교감 선생님의 손을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한다.
sanghi640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