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란 동아시아 몬순의 한 형태로 동북아 우기(雨期)의 우리나라 이름이다. 6,7월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에 걸쳐 장장 수천㎞에 이르는 장마전선(前線)이 형성돼 많은 비를 뿌린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를 梅雨라고 적는데 중국에서는 바이유, 일본에서는 쓰우 또는 바이우라고 발음된다. 이 시기가 매실이 익는 시기와 겹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장마는 길다는 뜻의 ‘장’(長)과 비의 옛말 ‘마ㅎ’이 결합된 순수 우리말이다.
△장마전선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한랭한 북방계 기단이 만나서 생기는 정체전선이다. 북방계 기단의 한 축은 북동쪽에 위치한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이고 또 한축은 바이칼호 부근에 중심을 둔 대륙성 한랭기단이다.
북태평양 기단도 적도기단이 뒷받쳐 주고 있어 남방 고기압 연합세력과 북방 고기압 연합세력 간의 치열한 각축이 장마현상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장마철 동북아 상공에서 벌어지는 남-북방 기단의 대결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대결하고 있는 동북아 안보지형과 매우 유사하다.
△6월 들어 고도가 높아진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 받은 북태평양기단은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 북방계 고기압을 밀어내는데 이에 따라 장마전선도 북상한다.
그러나 오호츠크해 기단이 팽창하거나 대륙고기압 세력이 강성해지면 장마전선은 남해상까지 밀려나게 된다. 장마 기간에는 이렇게 남_북방 고기압 세력의 일진일퇴에 따라 장마전선이 남북진동을 거듭한다. 엊그제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던 장마전선이 지금은 남해상으로 밀려난 것은 바로 이 현상이다.
7월 말이나 8월 초 북태평양기단이 북방 기단을 만주 지방까지 밀어붙이면 장마전선은 소멸되고 동북아 지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폭염 치하에 들어간다.
△장마와 관련된 속담은 부정적인 것이 많다. 장마 끝의 참외는 거저 줘도 안 먹는다는 속담은 단물 다 빼먹고 껍데기만 주는 거래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삼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말은 장마로 큰 홍수가 나면 그 피해가 매우 크니 물을 무섭게 여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유월 장마에는 돌도 큰다는 말처럼 긍정적인 속담도 없지 않다. 장마를 싫어만 할 게 아니라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연간 강수량의 30~50%를 차지하는 장맛비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