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윤광웅 국방장관의 유임 의사를 밝히면서 야당의 해임건의안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 문제를 논의한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에 앞서 대 국민 성명을 미리 발표한 형식도 문제거니와 윤 장관의 유임 이유로 국회의 해임건의에 밀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 논리가 참으로 어리둥절하다.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는 헌법이 정한 엄연한 제도이자 절차이고, 오랜 기간 존재해 온 규정이다. 그런데도 유독 윤 장관 문제를 거론하면서 제도 자체를 새삼 문제시하는 것이 지금 국민에게 할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의 정서를 존중하여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였고 대통령도 이를 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론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전방 총기난사 사건이 준 충격은 바로 이 말 그대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뜻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텐데도 대통령은 “그에 떠밀려서 하는 문책이어서는 곤란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해임안을 정치공세라고 규정했지만 윤 장관의 거취 문제를 밀건가, 밀린건가 하는 차원의 문제로 여기는 노 대통령의 생각이야말로 정략적 발상이 진하다.
이 정부 들어 장관 해임안이 제출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니 “국회의 해임 건의가 남발”됐다고 할 수도 없고, 대통령 참모나 장관에게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왕조시대 책임관의 산물인양 갖다 댄 것도 엉뚱하다.
윤 장관은 해임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해임돼야 할 것이고, 부결되면 유임시키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정치적 책임은 각자가 국민을 상대로 감당할 일이다. 대통령의 말에 오기와 독선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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