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 열기로 기세 좋게 나가는 줄 알았던 영화계에 느닷없이 내홍이 일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명 배우의 출연료가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 등 간의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매년 제작자들과 연기자 단체 간의 수입배분 비율을 정하는 표준제작규약 도입을 제의했다.
협회는 스타급 배우에 의존해야 하는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연기자 학교를 설립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강우석 감독이 엄청난 출연료를 받는 배우로 최민식 송강호의 예를 들자, 분노한 두 배우가 공식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배우가 아무리 공인이라도, 강 감독이 비난의 대상으로 두 배우를 거명한 것은 부적절했으며 이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기자 학교 설립문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유명 배우들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시장질서에 역행해 또 하나의 배우 독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실질적 효과도 의심스럽다.
영화계가 소모적 감정싸움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영화산업이 어느덧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수가 1억2,000만 명을,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으나 투자ㆍ제작사의 수익률은 계속 떨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투자ㆍ제작사의 수익률은 2002년에 -9.7%, 2003년에 -8.8%를 기록했다.
그 원인이 과다한 출연료와 매니지먼트사의 무리한 배분요구라는 것이 제작사들의 주장이다. 이 조건에서는 좋은 영화제작이 불가능하고 한국영화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모처럼 부는 한류 바람도 물거품이 된다. 제작사의 표준제작규약 제의는 매니지먼트사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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