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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분홍신' 김혜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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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분홍신' 김혜수 인터뷰

입력
200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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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때문에 인생이 달라지지 않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맷집 있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연예인이라면 큰 스트레스일 게 분명한 사람들의 시선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도 여유롭다.

“지금도 그래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저를 모두 드러낼 수도 없고 드러낼 필요도 없어요.” 끝없이 생산되는 김혜수의 이미지와 진짜 김혜수 사이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김혜수, 인터뷰 기사 속 김혜수와 진짜 김혜수는 다르다고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어차피 저는 배우인데.” 1985년 ‘깜보’로 데뷔해 연기생활 20년을 넘긴 김혜수(35)다.

30일 개봉하는 호러영화 ‘분홍신’(감독 김용균ㆍ청년필름 제작)에서 그는 엄마를 연기했다. 검붉은 소고기 덩어리를 아무렇지 않게 주무르고 욕실 변기에 손을 넣어 벅벅 문질러 씻는 보통의 엄마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야릇한 분홍 빛깔의 하이힐에 눈길을 준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 시사회 후 영화사 사람들이 "무서웠느냐"고 자꾸 물어보더라.

“감독님도 나한테 ‘관객들 무서워 하는 것 같아?’라고 묻더라.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잔인함이나 관객을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무섭다기보다는 분홍신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엄마와 딸이 악착같이 싸우는 장면이 끔찍하지 않나. 희생하면서 늘 지기만하던 엄마가 딸과 싸운다는 것이.”

- 비극의 시작은 모성과 여성의 갈등인 셈인데.

“우리 엄마 얘기를 하자면 5남매를 키우시느라 말 그대로 엄마였다. 하지만 자식들이 다 크니까 엄마에서 여자로 돌아가더라. 몇 년 전 담석 수술을 받으셨는데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하신 일이 뭔 줄 아느냐.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거였다. 초췌해 보인다고. 게다가 맨발이 보기 흉하다고 양말까지 꺼내 신으셨다. 나는 여자로 보이려는 엄마의 모습이 좋게 보였다.

영화 속 분홍신은 감춰진 욕망을 뜻한다. 그런데 엄마는 욕망에 휩싸이면 안 된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비극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았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 최근 '쓰리' '얼굴 없는 미녀' '분홍신' 등 호러, 스릴러 장르의 특이한 캐릭터만 골라 출연하고 있는데.

“영화가 끝나도 배역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도 있다는데 나는 집중해 있다가도 ‘컷’ 하는 순간 바로 빠져 나온다. 그런데 ‘얼굴 없는 미녀’에서는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그 때 드라마 ‘한강수 타령’을 하면서 겨우 나아졌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욕구를 느꼈나…?. 뭐,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 여배우가 단독 주연하는 영화는 늘 말이 많다.

“여배우가 ‘쎈’ 역할이면 남자 배우 캐스팅이 잘 안 되고 투자도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너무 이해가 안 간다. 영화 속 출연 분량의 많고 적음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신라의 달밤’에서 나의 역은 사실 단역이지 않았는가. 분량이 작아서 출연 안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 어떤 이들은 김혜수의 연기보다 옷차림이나 몸매 등 외적인 요소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하도 무슨 옷 입고 나오나 관심을 기울이니까 어느 날은 ‘아주 이상한 옷을 입고 나가 볼까’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배우이니 어쩔 수 있지 않느냐?”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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