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버디 인터뷰 29일(한국시각)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30일~7월3일) 대회 장소인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스골프장. 연습라운드를 위해 아침 일찍 드라이빙 레인지에 모습을 드러낸 US여자오픈의 신데렐라 김주연(24ㆍKTF) 곁에는 또 한 명의 낯익은 인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번 대회에 특별게스트로 초청된 박세리(28ㆍCJ)였다. 최근 샷 감각을 되찾으면서 슬럼프 탈출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데다 가장 친한 후배인 김주연과 연습라운드를 함께 한 때문일까. 박세리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우리 주연이가 큰 일 했잖아요.” 박세리는 “신체적 조건도 뛰어나고 스윙도 좋다”며 김주연을 치켜 세웠다. 이에 대해 김주연은 “고향 집의 내 방에는 세리 언니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며 “어릴 때부터 세리 언니처럼 되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김주연와 박세리는 같은 충청도 출신으로 형님동생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두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친자매처럼 가까워진 사이. 특히 박세리는 지방 대회에서 같은 숙소를 쓸 때도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바닥에 잘 만큼 김주연을 아꼈다.
US여자오픈 최종일인 26일 일찌감치 경기를 끝낸 뒤에도 우승트로피를 안고 돌아오는 김주연을 맞이하기 위해 클럽하우스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박세리는 그날 한국에 있는 김주연의 아버지인 김용진씨에도 국제전화를 걸어 “기분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습라운드가 끝난 뒤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김주연은 힘들었던 시절 가장 많이 도와준 선수가 ‘박 프로님’이라고 깍듯이 표현하면서 “세리 언니와 같은 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뻤다”고 말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해서 부끄럽기도 하다”는 김주연은 “우승 이후 인생이 정말 빨리 변화한 것 같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김주연은 “우승한 날 저녁 2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며 “원래 새벽 잠이 많은데 어제 새벽에 인터뷰하자는 전화를 받고 잠을 설쳤다”며 웃었다.
5년 간 인고의 시간을 땀과 오기로 견뎌낸 김주연.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항상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선수 김주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뉴욕=김재현 기자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김주연 "매치플레이가 더 재미있을 것"
“이번 대회 출전권을 갑자기 얻는 바람에 집으로 가는 마이애미행 비행키 티켓을 날렸어요.”
29일(한국시각)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프리 인터뷰에 나선 김주연(KTF). 그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달라진 인생의 변화를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내놓으면서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김주연에게는 하루 아침에 새 세상이 열렸다. 주요 선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프리 인터뷰도 처음 해본다는 김주연. 그는 “(1대1로 승부를 겨루는) 매치플레이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대회 방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질문은 그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준 마지막 홀 기적 같은 벙커 샷에도 쏟아졌다. “(벙커 턱이 너무 높아) 볼이 굴러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는 김주연은 “운이 따라 주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김주연은 30일 개막하는 대회 1라운드에서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과 격돌한다. 구스타프손은 2000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정상(통산 4승)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003년 삼성월드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우승 소식이 끝긴 뒤 올 시즌에도 톱10 진입이 한번에 그칠 만큼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스타프손을 물리치면 안시현(코오롱엘로드)-카린 이셰르(프랑스) 전 승자와 16강 진출을 다툰다.
‘매치플레이의 여왕’ 박지은(나이키골프)은 미셸 레드먼(미국)과, 박세리(CJ)는 레이첼 헤더링턴(호주)과 격돌한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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