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동산버블+유가급등" 최악 시나리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동산버블+유가급등" 최악 시나리오

입력
2005.06.29 00:00
0 0

하반기 한국경제 앞엔 두 갈래의 진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부동산 버블 위기와 살인적 고유가. 허약해진 경제 체질상 하나도 견디기 버거운 판에, 만약 두 악재가 화학적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면, 한국경제는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서로를 옥죄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폭풍우를 피하기 어렵다.

연초 주가 1,000 돌파에 흥분한 나머지 ‘V자형 회복’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결과는 당초 전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1·4분기 성장률은 2.7%, 상반기 전체로 봐도 3%를 겨우 넘어서는 것에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 기대처럼 하반기에 반등탄력이 붙는다 해도 연간 성장률은 4%전후에 머물 전망이다.

문제는 4%냐, 5%냐가 아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어느 수준에서 얼마나 더 지속되느냐에 따라,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더 높게 더 넓게 부풀려지느냐에 따라 한국경제는 성장률 수치에 관계없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의 향방과 관련, 현재로선 비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투기자본에 의한 거품인 만큼 머지 않아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중동정세 등을 감안할 때 미조정은 있더라도 크게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더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을 지낸 푸르노모 인도네시아 에너지장관은 “왕성한 연료수요로 인해 현재의 고유가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올 국제유가가 연 평균 배럴당 45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유지할 경우 성장률은 3%대 후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초반에 이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50달러를 넘어서면 3%성장-5%물가, 즉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다는 것이 한은측 분석이다.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57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유가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동산 버블이다. 집이든 땅이든 자산가격상승은 인플레로 전이되기 마련이다. 동시에 아파트가격 급등은 무주택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전·월세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중·하위계층들의 구매력을 더 위축시키고 결국 계층간 양극화를 한층 심화시킨다.

부동산가격 상승이 건설경기를 다소 떠 받쳐주고,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주택보유자들의 지갑을 좀 열어주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인플레와 전반적 구매력악화의 부작용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부동산의 자산효과는 환금성 제약으로 인해 주식의 자산효과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통설. 결국 물가는 물가대로 치솟고, 경기는 더 어려워지고, 계층간 양극화는 더 깊어지는 전형적 스태그플레이션의 경로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버블과 고유가가 맞물려 진행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정도는 생각보다 훨씬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던 후쿠이 일본은행총재는 “버블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거품을 미리 빼지 않고 방치해두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거품붕괴→부동산가격폭락→금융기관 부실증가→개인·기업파산으로 이어지는 일본식 장기불황, 즉 디플레이션으로 번질 수도 있다.

유가는 어차피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이다.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부동산 거품부터, 아니면 부동산 거품만이라도 확실히 제거하는 쪽에 하반기 경제정책의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블의 잠재적 심각성에 비하면, 수출부진이나 성장률둔화는 오히려 부차적 문제로 보인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