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부는 고유가대책을 내놓을 의지가 있기나 한가. 최근의 국제 유가 움직임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면 이런 생뚱맞은 의문이 생긴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고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54달러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며 요동치고 유가 100달러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따지면 이보다 더한 비상사태가 없을 텐데 대통령 관심 사항인 부동산투기와의 전쟁,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경기 부양에 정신이 팔린 탓인지 정부는 고유가대책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그제 한덕수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고유가를 반영해 성장률 목표를 5%에서 4%대로 수정키로 한 정도가 고작이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공공부문 투자확대와 특소세 폐지 등을 통한 투자ㆍ소비 활성화 대책을 적극 마련한다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고유가 충격 대비와는 거리가 멀다.
유가 상승이 수출 둔화? 내수 위축? 물가 상승?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공식이다. 때문에 두바이유 평균 도입단가 35달러를 전제로 세워진 올해 경제운용계획은 전면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비 생산을 위축시킬 에너지 절약시책을 폈다가 겨우 고개를 드는 경기가 완전히 꺾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정부의 딜레마는 이해가지만 지금은 큰 시각으로 봐야 할 때다. 당장의 경기회복에 집착하다 ‘고유가 해일’에 우리 경제가 휩쓸리고 나면 끝장이다.
기업이나 국민은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정부가 태연하니 납득할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강력한 에너지 절약시책으로 고유가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임을 왜 모르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