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 특별검사법안이 29일 새벽 국회 법사위를 통과, 본회의로 넘겨졌다. 여야가 합의했으니 특검 수사는 기정사실이 됐다. 하지만 이번 특검법안은 과거 어느 특검법안 보다도 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언필칭 ‘국민적’ 의혹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사실 검찰 수사결과를 비난하는 야당조차도 특검 수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전전문가 허문석씨가 해외로 달아나 종적을 감췄고,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검찰에서 안 하던 얘기를 특검 수사에서 돌연 털어놓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특검이 예고된 상황에서 검찰은 어느 때보다 샅샅이 수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수사결과를 특검에 의해 검증 받게 될 게 뻔하다면 봐주고 덮어줄 여지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결국 허씨가 귀국하지 않는 한 특검 수사는 별다른 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예산만 14억원이나 낭비했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사정이 이처럼 뻔한데도 여야가 특검법에 쉽게 합의한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게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전례 없고 이상한 타협이 이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사건 초기 정치쟁점화에 성공한 한나라당은 4월 재보선 완승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 특검법 타협이 실체규명은 뒷전이고 10월 재보선에서 또 한번의 성공을 기대하는 야당과, 국력소모에 눈을 감은 채 또 다른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여당의 무책임한 대응이 빚어낸 합작품은 아닌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회부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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