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 어머니는 마당 가 텃밭에 오이를 심고, 오이 줄기가 타고 올라갈 마른 나무 덫을 세웠다. 호박은 밭둑으로 줄기가 타고 올라가도록 밭둑 바로 아래에 심었다.
그리고 여름 내내 오이를 따서 오이소박이와 냉국을 만들고, 호박을 따서 찌개에 넣기도 하고 호박전과 감자부침을 부치기도 했다. 장마 때 비 한번 오고 나면 오이와 호박은 금방 자란다. 어머니가 호박 하나를 따오라고 하면 우리는 밭 가로 가 작대기로 밭둑을 다 덮고 있는 호박잎을 이리 들춰보고 저리 들춰보며 그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호박을 뒤져낸다.
또 어머니의 시장 대야에도 이 오이와 호박이 들어간다. 초여름부터 잎을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가며 샅샅이 찾아내 저 홀로 숨어 자란 오이와 호박이 없을 것 같은데 나중에 순을 거둘 때 보면 바게트 빵처럼 길고 통통한 늙은 오이들과 아버지 베개만큼 크게 자란 호박이 밭둑 여기저기에 누워 있다.
아내를 따라간 시장에서 오이와 호박을 살 때마다 나는 시골집 텃밭 생각이 난다. 그땐 호박이 타원형의 풋볼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길다란 게 오이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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