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센인들께 사과 드립니다.”
조영황(사진) 국가인권위원장이 29일 국가기관장으로는 처음으로 한센인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전남 고흥군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한 조 위원장은 ‘한센인 인권 향상을 위한 지역공동체 토론회’에 참석해 “그 동안 우리는 한센인을 차별과 편견으로 대했고, 국가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국가기관의 한 책임자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어 “오늘 여기 오면서 한센병으로 인해 사랑하는 부모를 등진 채 소록도로 오게 된 어린 소년의 눈물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어루만져 보지도 못한 채 이별해야 했던 부모의 회한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자꾸만 눈물이 났다”며 “누구도 과거에 감기나 홍역을 앓았다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것처럼 이제 한센인들도 더 이상 우리 밖의 울타리에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한센병은 발병률도 낮고 적기에 치료하면 감염률도 극히 낮아 이제 질병에서는 해방됐지만 한센인은 오래 전 이 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오해와 편견,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센인 인권순회상담차 소록도를 찾은 조 위원장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로하고 검시실과 감금방 등 옛 병원 시설들을 둘러본 뒤 한센인 자치회 회원들과 면담했다.
고흥=안경호 기자 Khan@hk.co.kr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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