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라운관 1, 2위 업체인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손을 잡았다. 맞수 업체가공조를 하게 된 데는 액정화면(LCD)의 추격을 따돌리고 브라운관 시장을 키우겠다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슬림 브라운관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단계에서부터 일부 규격을 통일하고 부품을 공유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우선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중인 29인치 슬림 브라운관은 가능한 범위에서 개발 규격 및 부품을 공유하고, 17인치 브라운관은 양사 제품 규격을 통일시키기로 했다.
특히 삼성SDI는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상용화에 먼저 성공한 21인치 슬림 브라운관 부문에서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설계기술을 적용한 후면 유리를 한국전기초자로부터 공급받아 연말께 21인치 슬림 브라운관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삼성SDI의 부품 및 소재 기술을 자사 제품 생산에 일부 적용할 방침이다.
양사는 그밖의 제품에 대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한 부문에서는 부품 공유 등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브라운관 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여온 두 회사가 협력키로 한 데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월 출시된 이후 슬림 브라운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전체 브라운관 시장 규모를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20~30인치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LCD TV가 급속히 가격을 낮추면서 슬림 브라운관 TV와의 가격 차이를 좁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도 양사 공조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부품을 공유하면 그만큼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규격이 통일되면 TV세트 업체와 일일이 협상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지난해 초부터 공조 의사를 지속적으로 타진, 실무 협의를 해오다 올들어 슬림 브라운관 출시를 계기로 논의를 급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 브라운관 시장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2001년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출범한 이후 2002년, 2003년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지난해에는 1~2%의 시장점유율 차이(28~29%)를 보이는 박빙의 승부수를 벌였다.
삼성SDI 관계자는 “양사가 공조를 통해 원가 절감 및 생산 효율성을 높여 슬림 브라운관 시장을 확대하고 LCD와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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