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라크에서 발을 빼야 하나?”
이라크에서 떠나고 싶은 속내는 미군 뿐이 아니다.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파병한 여러 나라는 이라크를 떠날 명분과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군 추종 파병국의 국민들을 납치한 후 “당장 철군하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겠다”는 동영상을 내보내는 무장 저항세력의 협박은 끊일 줄을 모른다.
일부 파병국들의 조용한 철군 도미노는 이미 진행돼 왔다. 최초 36개 파병국에서 2004년에 이미 철군을 완료한 국가는 스페인 등 9개국에 이른다. 포르투갈(150명)과 몰도바(12명)는 올해 3월 미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파병연장을 하지 않고 철군했다. 우크라이나(1,600명)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철군할 예정이다.
불가리아(450명)도 올해 말까지 철군한다. 폴란드(1,700명), 네덜란드(1,345명)도 파병연장을 하지 않고 예정대로 올해 중 철군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 호주 일본 등 미국과 긴밀한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국내의 여론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얼마 전 총선 때 올해 말을 기준으로 예정대로 철군하겠다고 여론달래기용 입장을 표명했던 상태에 머물며 고민 중이다. 호주는 저항세력의 최근 호주인 인질 살해협박에도 불구하고 존 하워드 총리가 철군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미군의 오인 사격으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자국 요원이 사망하는 사고로 철군 여론이 비등하지만, 일단 12월까지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올해 12월에 다국적군의 임무가 종료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최대한 철군의 파장이 약할 시기에 공식적으로 철군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도쿄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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