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작가 최인호 소설 ‘유림(儒林)’ 펴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가 최인호 소설 ‘유림(儒林)’ 펴내

입력
2005.06.28 00:00
0 0

작가 최인호씨와 시절을 공유한 이라면 누구든, 많든 적든, 감성의 한 자락을 그에게 빚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70, 80년대 ‘별들의 고향’ ‘겨울나그네’가 있었고, ‘고래사냥’과 ‘깊고 푸른 밤’이 있었다.

그 매혹적이되 천박하지 않고 통속적이되 질리지 않는 이야기의 느낌은, 기억 속에 내장된 그 시절 스타 배우들의 청춘처럼 늙지 않고 남아 지금 이 시대의 도회적 감성들과 여전히, 다만 은밀히, 소통하고 있다.

하니 그 감성은 가히 세대적이고 시대적인 감성이라 할만할 것이다. 그랬던 그가 공맹(孔孟)의 도(道)를, 충효예경의 ‘말씀’과 ‘정신’을 쓴 소설 ‘유림(儒林)’(열림원 발행)을 냈다.

그가 종교(가톨릭)에 귀의한 게 87년 어름이라고 한다. 이후 그의 문학은 사뭇 달라지는데 ‘왕도의 비밀’ ‘상도’와 같은 역사소설이 그랬고, 불교소설 ‘길 없는 길’이 그랬다. 이번 소설 역시 15년 전부터 구상했다고 한다.

“우리 혈맥 속에는 불교 뿐 아니라, 2,500여년 전 공자로부터 비롯된 유교라는 또 하나의 원형질이 깃들여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 구상을 묵혀 익히고 정교하게 다듬어 지금 이 시절에 풀어놓은 배경을, 그는 이 시대의 무례와 부도덕 혼돈 무질서로 설명했다. “천민자본주의에 젖어 이퇴계의 사상보다는 그 얼굴이 그려진 화폐를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에 나온 책은 1부 3권이고, 2부 3권은 내년 말쯤 출간된다고 한다. 1권은 실패한 왕도 개혁 정치가 조광조의 삶을, 2권과 3권은 각각 공자와 퇴계의 초ㆍ중년 생애와 사상을 담고 있다.

작가는 화자를 내세워 이들 거유의 사상과 삶의 흔적을 톺아가며 그 현재적 의미들을 일깨운다. 이어질 2부에서는 맹자와 순자 주자 등 유림의 다양한 형상(4권), 퇴계의 은둔강학기(5권), 고향 곡부에서 경전을 편찬하던 공자 만년의 생애(6권)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2년쯤 뒤에는 이스라엘에 가서 예수의 흔적들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그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며 “수십억 년 지구 역사에 견줄 때 수천 년 전부터나 존재한 인류는 모두 동시대”라고 말했다. 공자도 석가도 예수도 모두 동시대라는 것이다. 그가 소통하고자 하는 세대와 시대는 이렇게 넓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