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전까지 갔다 살아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그룹 부활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디엔드였던 그룹명을 부활로 바꾼 것이 1985년, 헤비메탈 그룹의 자궁과 같던 종로 파고다 연극관 시절이었다.
20주년 기념 음반인 10집 ‘추억이면’을 조만간 발매하고, 9월엔 예전 멤버들을 모아 기념 공연도 할 예정이다. 부활하면 ‘희야’의 이승철, ‘사랑할수록’의 김재희, ‘Lonely Night’의 박완규 등 걸출한 보컬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부활 20주년의 가장 큰 공은 리더 김태원(40ㆍ기타)의 몫일 것이다.
“대중과의 기 싸움에서 보통 아티스트가 집니다. 무관심한 눈빛에 주눅 들고 결국 음악을 관두죠.” 그러나 김태원은 지지 않았다. “지금의 부활은 쉽게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지난 멤버의 흔적이 부활이라는 이름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데, 쉽게 버려서는 안 되죠.”
수 차례 굴곡이 있었지만 특히 이승철 탈퇴 후 89~93년은 견디기 힘든 시기이자, 동시에 고 김재기와 함께 한 추억이 살아있는 애틋한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가 영어학원 강사였는데 매일 2,000원씩 용돈을 주었어요. 그걸 모아 버스 토큰을 한 주먹씩 사서는 종일 버스만 갈아 타고 다녔죠. 재기랑 이런 저런 얘기 하면서요.” 9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재기를 잊지 않기 위해 그는 ‘8.1.1’(3집)에 이어 새음반에도 그를 추억하는 곡 ‘Second 8.1.1’을 실었다.
시나위 백두산 등과 함께 80년대 헤비메탈 시대를 이끌었지만 부활의 음악은 다른 록밴드와는 좀 달랐다. 멜로디는 지극히 아름다웠고 발라드 냄새도 났다. 변형된 록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한국적 록 발라드의 탄생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줘 록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딥 퍼플, 레드 제플린도 물론 들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죠. 김현식, 산울림, 김수철, 송골매 등 선배들의 노래도 많이 들었으니 부활 음악에 한국적 정서가 담긴 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함께 데뷔 20년을 맞은 이승철과의 인연은 ‘애증’ 그 이상일 것이다. 2002년 15년 만에 다시 만나 8집 ‘새벽’을 발표하고 ‘네버엔딩스토리’를 히트시켰지만 2003년 6월 다시 헤어졌다. 김태원은 그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이승철은 가만히 서 있어도 관객을 잡아 끄는 힘이 있다”는 조용한 칭찬과 “언젠가 함께 무대에 설 날이 또 오지 않겠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20주년에 10집 앨범이니 평균적으로 2년에 1장 발표한 셈이다. 10집에는 깜짝 게스트가 참여했는데 조승우가 ‘작은 너에게’를, 조피디가 ‘마지막 콘서트’를 불렀다. 새 음반에 대해 묻자 “매 음반마다 명곡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의외의 반응이다. “좋은 곡도 주기가 있는 것 같아요. 4~5년에 한 곡 정도? 1, 2년에 한 장씩 내는 음반이 매번 좋을 수 있나요.” 20년 한 자리를 지키며 터득한 초연함이 묻어나온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 1985년 - The End에서 팀이름을 ‘부활’로 바꿈. 김종서가 보컬을 맡았던 당시 파고다 연극관 공연 사상 최다관객 기록. 당시 팬클럽 회장이 신해철.
▦ 1986년 - 김종서의 군입대로 김태원의 동네 후배였던 이승철이 보컬로 영입됨. 1집 ‘Born Again’에서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히트.
▦ 1987년 - 2집 ‘Remember’ 발표.
▦ 1993년 - 보컬 김재기 3집 ‘기억상실’ 녹음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 그의 동생 김재희가 대신 ‘사랑할수록’을 불러 85만장의 판매고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
▦ 1997년 - 보컬 박완규 영입. 5집 ‘불의 발견’ 발표. ‘Lonely night’ 히트.
▦ 2002년 - 15년 만에 이승철과 재결합해 8집 ‘새벽’ 발매. ‘네버엔딩스토리’가 대단한 인기를 얻으며, 이승철과 부활 모두 화려하게 재기. 이후 2003년 6월 다시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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