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초고유가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 경제 전반은 물론 국민들의 생활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석유제품은 우리 생활에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밀착돼 있어 고유가는 각종 소비재 가격의 인상을 부추기고, 물가상승은 물론 내수 감소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 및 수출 감소로 나타나 결국 우리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유가 1달러 오르면 소비자가격은 ℓ당 15원 인상
정유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국내 석유제품은 두바이유 등 국제 유가 현물가와 국제석유제품의 14일간 이동 평균치, 환율 등 크게 3가지를 기준으로 세전(稅前) 공장도가격이 결정된다. 세금과 환율 등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국제 유가만 따질 경우 배럴(159ℓ) 당 1달러 오른다고 가정하면 공장도 가격은 ℓ당 12~13원씩 인상된다. 여기에 세금이 붙고 주유소 마진까지 합쳐질 경우 소비자들은 ℓ당 15원씩 인상된 가격을 지불하고 기름을 넣어야 한다.
국내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200만~250만 배럴에 달한다. 서울 장충체육관의 5~6배 규모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조선의 적재량이 230만 배럴이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일 유조선 한 척을 뚝딱 해치우고 있는 셈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오를 경우 국내에선 하루 50억원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화학ㆍ섬유 등 각종 공산제품도 인상
각종 PVC나 비닐, 섬유류 등 대부분의 화학ㆍ섬유제품의 원재료는 석유를 가공해서 만들어진다. 국제 유가가 올라갈 경우 화학ㆍ섬유 제품의 원가부담은 높아지게 마련이고 결국 최종 제품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 화학 제품의 종류가 워낙 많은데다 원가 구성 자체도 복잡해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국제 유가가 10%이상 오르면 최종 제품 가격은 15% 이상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제품가격 인상은 결국 내수 감소나 가격 경쟁력 저하에 따른 수출 감소로 이어져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진다. 고유가가 실업률을 상승시킨다는 얘기다.
특히 항공업계는 유가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한항공은 국제 유가가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26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두바이유의 올해 평균 가격은 지난해 평균에 비해 배럴 당 10달러 이상 올랐다. 단순 계산으로도 대한항공은 연간 2,6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대중 교통수단인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도 비용이 상승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요금을 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의 60% 이상을 화력 발전에 의존하는데 연료의 대부분이 석유 제품이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전력 요금 인상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를 경우 기업 생산원가는 0.2%포인트, 소비자 물가는 0.17%, 국내 유가는 0.7% 각각 상승한다. 또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며 국제수지는 약 8.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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