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모든 지하철역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는 승강장 위에 고정벽과 가동문을 설치, 차량의 출입문과 연동해 개폐될 수 있도록 만든 안전장치로, 역사(驛舍) 당 설치비용이 안전펜스는 3,000만원 가량인데 비해 스크린 도어는 15억(난간형)~30억원(밀폐형)에 이른다.
서울고법 민사25부(서기석 부장판사)는 28일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선로로 추락해 부상한 김모(58ㆍ여)씨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공사측의 안전시설 미비 책임을 물어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소한 안전펜스 정도는 설치했어야 한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서 더 나아가 “피고는 스크린 도어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모든 추락사고에 대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을 살펴본 결과 김씨가 추락한 장소는 차량 승차지점이어서 안전펜스가 설치되더라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하철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펜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출ㆍ퇴근 시간의 혼잡한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실수로도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보다 궁극적인 안전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라는 안내방송에 따르지 않고 승강장 끝부분에 서 있었던 김씨의 잘못도 크다”며 1심과 같이 도시철도공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김씨는 2002년 10월 오전 8시10분께 서울 노원구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현기증을 느껴 선로로 추락하는 바람에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왼쪽 다리가 절단됐다.
현재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261개 지하철 역사 가운데 안전펜스는 160여개 역에 설치돼 있으나 스크린도어는 단 한군데도 설치돼 있지 않다. 단지 지난해 12월 철도공사는 국철 1호선 신길역에 스크린도어(밀폐형)를 설치한 바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예산확보가 쉽지 않아 스크린도어 설치는 빨라야 2010년에나 가능할 것 같다”며 “2조5,000억원대의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판결이 나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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