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이 아메리카(미국 기업 사들이기)’를 놓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머리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으로부터 위안화 절상을 비롯해 시장 질서에 충실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던 중국이 미국 알짜 기업 인수를 선언하며 ‘시장 질서에 의한’ 역습을 시작했다. 뜻밖의 한 방을 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안방 진출이 가져올 이해득실을 따지며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특히 중국이 국영 회사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를 통해 미국 8위의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에 나서며 ‘미국의 기름’까지 호시탐탐 노리면서 두 나라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ㆍ외교 영역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이게 생겼다.
중국 기업의 미국 안방 공략은 속전속결이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중국이 미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존 브랜드를 이용해 빠른 시간에‘중국 물건은 싸구려’라는 약점을 덮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IT 기업을 통해 한국, 대만, 인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첨단 기술력을 만회하겠다는 욕심도 있다.
반면 CNOOC의 유노칼 인수 시도의 배경은 복잡하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노칼 인수를 통해 석유 공급원 확보와 미국 흔들기의 일석이조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석유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2002년 취임 이후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어디든 직접 가서 ‘기름 사냥’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이란, 수단 등 미국으로부터 ‘나쁜 나라’로 낙인 찍힌 나라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에 미국은 대만으로 하여금 중국의 원유 수입 통로인 동중국해를 감시토록 했다.
중국은 미국의 약점을 이용했다. 부시 정부는 계속되는 국내 경기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 자본 유치에 나섰는데 그 중 상당수가 바로 중국에서 왔다. 현재 중국은 미국에 2,300억 달러를 투자, 미국이 해외에 판 채권 중 18.6%나 보유하고 있다.
CNOOC의 유노칼 인수에 미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일단 중국의 작전은 성공했다. 미 의회는 “중국이 미국으로 가야 할 석유를 자국으로 빼돌려 미국을 압박할 지 모른다”고 경계하면서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미 노동계도 일자리를 잃을 지 모른다며 반대 여론 키우기에 동참했다.
뉴욕 타임스 칼럼리스트 폴 쿠르그먼 역시 “중국의 미국 시장 공략은 1980년대의 일본보다 더 위협적”이라면서 “내가 정책결정자라면 유노칼 인수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 행정부 내 경제 관계자들은 “미국 국채의 주요 고객인 중국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국내 금리가 올라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다임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 업체 역시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의 머리는 복잡하다. 그동안 중국에 무역 장벽을 낮추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던 입장에서 중국 기업에 미국의 문을 닫아버릴 경우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기 때문. 또한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데다 반대할 경우 중국에게 이란, 수단 등 독재 국가를 포함한 세계 석유 시장에 접근하는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에 쉽사리 인수 반대를 외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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