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이라면서 무작정 반대하던 지역 주민들이 이제는 줄을 지어 찾을 정도입니다.”
27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이료전공교육관’의 양회성(45) 교사는 “3개월 여의 꾸준한 무료치료 봉사가 닫힌 주민들의 마음을 연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국립서울맹학교가 성인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와 침술 등 이료(물리치료)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지난 3월 설립한 ‘이료전공교육관’이 님비현상(혐오시설을 자기 집 주변에 두지 않으려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 현상)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 수준에 오른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안마와 침술로 무료 치료를 해주며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간 덕분이다.
올 3월 문을 연 이료전공교육관은 설립 직전까지 장애인 시설 입주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신축공사가 진행되자 주민들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설립 전 이렇게 홍역을 치른 교육관측은 올 초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무료 이료봉사에 나섰다. 처음에는 용산구 등 8개 구에 무료 이료봉사를 집중 홍보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인근 주민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고, 오히려 다른 구민들이 하루 7, 8명씩 방문했다. 그러나 ‘친절하고 치료효과도 좋더라’는 입소문이 퍼지자 인근 주민들도 하나둘 교육관을 찾았다.
세심하고 꼼꼼한 치료가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주중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있는 하루 진료에 50여명씩 몰리기도 한다. 지난 18일부터는 방학을 맞아 진료를 쉬고 있다.
이춘하(65)씨는 “무릎이 불편해서 이곳서 치료를 받았는데 걸어 다니기가 훨씬 편해졌다”며 “주민들 모두 실력이 좋다는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무료 치료는 전공과 3학년 학생이 10여 명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맹학교에서 이료 재활과정을 수료해 이료 공부 5년차에 접어든 ‘준전문가’치료사들. 특히 요통, 퇴행성 슬관절염,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의 후유증 치료에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정도(55ㆍ시각장애 1급)씨는 “치료를 받고 돌아간 주민들 중 일부는 슬쩍‘예전에 반대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우리들에게도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맹학교 김기창 교장은 “이번 사례가 장애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극복하고 각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인시설에 대한 님비현상을 해결해 나가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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