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협의를 거쳐 마련된 수도권발전대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지자체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알맹이 없는 말장난’ ‘생색 내기용’ ‘뜬구름 잡기식’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해찬 국무총리까지 어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풍부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수도권 발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오죽 했으면 어제로 예정된 대책 발표일정을 연말로 미루었을까.
당정이 수도권발전대책을 마련한 것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과 176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수도권 공동화를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수도권과 지방을 상생 발전시키며 수도권을 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국무회의에서의 이 총리의 주문)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정비발전지구 지정 ▲자연보전권역 내 택지규제 완화 ▲서울소재 대학 이전 허용 ▲수도권 특화개발 ▲군 시설 이전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이 만들어졌는데 정부를 빼고는 모두 불만이다. 불만의 공통점은 대책이 기존정책의 짜깁기인데다 수도권 민심 달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대책을 보면 구체성은 다소 결여돼 있지만 규제가 상당히 풀리고 개발지원이 뒤따라 수도권 공동화를 충분히 막을 수 있게 돼있다. 도리어 수도권 과밀화를 부채질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그런데도 여당과 지자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민심 달래기에 역부족’이라며 나서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민심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행정중심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일부 지자체의 반대움직임이 있었지만 수도권 주민이 조직적으로 공동화 방지대책을 요구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과밀 해소를 통한 주거환경 개선은 주민들이 바라는 바다. 달래야 하는 민심은 바로 여당과 지자체장들이 필요로 하는 표심일 뿐이다. 이런 식의 민심 달래기용 수도권대책은 수도권을 망칠 뿐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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