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아들이 이었다.
주인공은 한양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정제명(50) 교수. 정 교수가 지킨 약속은 최근 아버지 고향인 전남 강진군 병영면 경로당 건립으로 탄생했다. 정 교수의 선친은 2003년 5월 별세한 정영석(당시 83세)씨. 강진에서 초등학교만을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기업가로 자수성가한 정씨는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고향사랑을 버릴 수가 없었다. 생전에 마을정자 건립, 마을기금 조성 등 틈틈이 고향을 도왔지만 아쉽기만 했던 정씨는 2002년 말 3억5,000만원의 거금 지원을 약속했다. 마을 숙원 사업으로 경로당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씨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눈을 감게 됐다. 평소 아버지의 선행을 자세히 몰랐던 자녀들은 조문 온 고향마을 주민과 공무원들을 통해 ‘아버지의 약속’을 알게 됐다. 정 교수는 형제들과 상의를 한 뒤 아버지의 약속을 꼭 지키기로 하고 2003년 말 거액을 경로당 추진위원회에 입금시켰다.
추진위는 400여 평의 부지를 사고 연건평 75평의 어엿한 경로당을 건립, 최근 준공식을 가졌다. 정 교수는 지난해에는 선친의 유지에 따라 30억원을 출연,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강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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