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중국은 1980년대 일본보다 더 위협적이다.”(폴 크루그먼 교수)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8일 최근‘바이 아메리카(미국 기업 사들이기)’에 열을 올리는 중국과 1980년, 90년대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던 한국, 일본을 비교하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과거 일본, 한국이나 지금 중국 모두 수출에 온 힘을 쏟았고 값싼 환율을 무기로 대미 무역에서 큰 돈을 벌었다. 이렇게 번 돈은 미국의 기업과 주식을 사들이는데 들어갔다. 미국의 경제가 재정 적자와 가계 부채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것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 역시 1980년대 미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처럼 심각하다.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면서 중국산 섬유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 협박하는 미국의 모습은 과거 일본을 압박할 때와 똑같다.
그러나 선택한 품목과 전략에 있어서는 중국의 전략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일본의 소니사는 미국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컬럼비아 영화사를 사들이면서 명분을 쌓는데 주력했다. 반면 중국은 컴퓨터(IBM, 휴렛팩커드 PC부문)나 전자제품회사(메이택) 그리고 정유회사(유노칼) 등 미국의 기간산업에 곧바로 다가서고 있다.
눈치보지 않고 실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존 브랜드를 이용해‘중국 물건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지우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첨단 기술력을 만회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소니 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 소비자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만만디 작전’을 쓴 데 반해 뒤늦게 미국 시장에 나선 중국 기업들은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석유를 공략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점. 두 나라가 지금껏 석유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던 터에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ㆍ외교 영역까지 뒤흔들 ‘핵 폭탄’을 건드린 셈. 이런 점이야 말로 미국의 눈치를 살폈던 한국이나 일본과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심지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수단,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이 ‘나쁜 나라’로 꼽은 나라와도 손을 잡아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기까지 했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 군사ㆍ안보 관련자를 중심으로 중국 국영회사인 해양석유유한공사(CNOOC)의 유노칼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도“중국 정부가 결국 미국으로 가야 할 석유를 중국으로 빼돌리면서 미국을 압박해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의 고정칼럼에서 “내가 정책결정자라면 유노칼 인수 시도를 무조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 기업의 안방 공략을 무작정 막을 수 없는 처지.
그 동안 중국에 무역 장벽을 낮추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마당에 정작 자국 문을 닫아 버릴 경우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이 전세계 석유 시장에 나서는 것을 막을 명분도 약해진다. 미국의 관료들 역시 “미국 국채의 주요 고객인 중국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국내 금리가 올라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수 허락 쪽에 손을 들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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