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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의료복지 르포-노인 케어 누가, 어떻게?] (7) 캐나다 맥길대학‘SIPA’저비용 고효율 모델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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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의료복지 르포-노인 케어 누가, 어떻게?] (7) 캐나다 맥길대학‘SIPA’저비용 고효율 모델로 주목

입력
2005.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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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나 재활기관 혹은 요양원을 하도 번갈아 찾아 다녀 ‘하이 롤러스(High Rollers)’ 라고 불리는 중증 장애 노인들. 최근 캐나다 맥길대학 의과대 노인의학과는 이들에게 점점 증가하는 의료서비스나 수발의 수요를 만족시켜 주면서 비용부담은 늘어나지 않는 노인케어 모델 ‘SIPA’ 를 내놓아 각국 의료복지 전문가들로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의 노인 홈케어 담당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가 물으면 ‘1만 5,000 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라는 식으로 응답한다. 이런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병원도 입원 횟수가 몇 회라는 식으로만 서비스를 평가한다. 이런 데이터만으론 노인 케어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System of Integrated Care for Older Persons (노인을 위한 통합케어 시스템)의 첫 글자에서 따온 SIPA의 개발과 진행을 맡아온 이 대학 하워드 버그만(Howard Bergman) 교수의 말이다. 그는 SIPA는 지역사회에 바탕을 둔 포괄적인 의료복지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노인의 건강 증진, 유지, 회복을 위한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노인 건강이 심각해졌을 때 병원이나 시설 입원도 연계해 줄 만큼 프로그램은 유연하게 운영된다.

“몬트리올 내 2개 지역의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22개월 동안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을 적용해 봤다. 1차의료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평가가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가정봉사원(home maker)이 환자의 영양상태를 평가하고, 종합적인 케어 정보는 1차의료 의사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노인 케어에서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병실에서 응급콜 버튼을 누르면 누군가가 와서 돌봐준다. 그러나 지역사회 서비스 조직은 이런 것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야 하고 이에 맞는 제공자를 찾아 연락해야 하는 등 쉽지가 않다. 이를 위해 SIPA는 24시간 전화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있다.

버그만 교수는 기존의 노인케어 시스템의 약점으로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병원은 독자적으로는 좋은 케어(홈케어, 의사, 병원 등)를 제공한다. 하지만 각 기관들은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후 환자가 퇴원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수입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은 더 이상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이다” 고 말했다.

SIPA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보건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일례로 홈케어 대상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퇴원했을 때 가정간호 서비스는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통합 케어의 새로운 과제가 시작됐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버그만 교수는 “장애노인의 장애 정도에 따라 평가 등급을 매기면서 1등급이면 몇 시간의 케어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인은 만성질환과 급성질환을 지니고 있어 단순히 장애등급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고 지적한다. 허약한 노인은 복잡하고 다양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열이 나는 환자의 경우 누군가 집에 와서 복지서비스만을 제공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서비스는 제공되지만 환자 상태는 악화한다. 현재의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이다. 버그만 교수는 “수발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왜 만족하는지 물어보니, ‘보호(security)’ 라고 응답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사례관리자에게 연락, 대처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응급실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홈케어, 그룹홈 등 환자의 중증 여부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장애수준을 가진 노인이라도 재활이나 건강증진을 위한 추가 서비스는 개인에 따라 맞춤식으로 접근하는 게 적절하다. 이런 점에 있어서 버그만 교수는 일본식 개호(장기요양)보험은 경직된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노인통합 케어를 위해서는 재정을 더 투입하든지 아니면 현재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전자의 경우 정부에서 부정적이므로 후자의 경우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버그만 교수는 급성기 질환을 위해 썼던 재원을 1차의료나 홈케어 분야에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은 새로운 장기요양제도를 시작하는 만큼 우리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고 충고했다. 처음에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통합케어 서비스가 제도에 따라 병행개발돼 분절(fragmentation)의 문제가 생겼다. 의료와 지역 사회복지 서비스 간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요양 서비스 혜택을 받는 노인 환자들이 주로 병원을 이용하게 돼 비용상승을 불러오게 되었다. 캐나다의 SIPA와 미국의 PACE(6월 22일자 보도 참조)와 같이 중중노인 환자를 위한 새로운 통합케어 시스템은 미래 수요와 비용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앞으로 병원이나 너싱홈을 추가로 신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구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맞은 큰 문제이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갖춰야만 노인케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몬트리올=이윤환 교수(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ㆍ한국일보 특별취재팀)

■ 퀘벡주 PRISMA

‘독립생활 유지를 위한 통합서비스 프로그램’ 인 PRISMA (Program of Research to Integrate the Services for the Maintenance of Autonomy)는 퀘벡주의 중소도시 및 농촌 지역의 허약한 노인들에게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의 원활한 조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오래 거주하도록 돕고 있다. PRISMA는 SIPA처럼 한 기관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관련기관의 서비스를 노인의 필요에 따라 연결, 의뢰,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PRISMA는 탄탄한 조직망을 자랑한다. 보건과 복지기관이 참여한 공동운영위원회는 정책과 자원분배를 결정한다. 서비스 조정위원회는 지역사회기관 관계자와 노인이 참여해 서비스 조정과정을 모니터링해 원활하게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한다. 실무팀은 사례관리자를 중심으로 구성해 필요한 대상자를 사정하고 서비스 제공 업무를 담당한다.

노인과 가족은 건강정보전화(Health Info Line)를 통해 판정심사와 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다. 자격요건은 (1) 65세 이상, (2)중등도 또는 중증장애, (3)재가생활 가능, (4)보건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두 가지 이상 필요로 하는 경우다. 검증된 판정도구를 통해 대상자의 장애정도를 평가하는데, 이 도구는 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가능하도록 개발돼 적정한 서비스의 배정과 급여수가 책정에도 이용된다.

사례관리자의 역할이 PRISMA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사례관리자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서비스와 연결해 주고, 환자 모니터링과 재평가를 맡는다. 단순히 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하며 기관 간의 서비스 연계를 총지휘한다. 환자의 정보는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모든 기관이 공유하고 있다.

PRISMA는 1997년 이래 보건소 중심의 시범사업으로 실시돼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평가결과 대상노인의 입원율과 응급실 이용률 감소, 높은 이용만족도, 수발자의 부담 경감 효과가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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