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보트(Peace Boat)가 1983년 크루즈를 통해 국제교류활동을 전개하게 된 동기는 1980년대 초 불거진 역사교과서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역사교과서 문제가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한ㆍ일 양국 시민들이 공동으로 크루즈를 계획하는 것은 우호적인 국가관계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피스보트는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인들의 화해와 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과거의 전쟁을 직시하여 미래의 평화를 만든다'란 슬로건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정치 상황에 의존하지 않고 국경을 뛰어넘어 시민과 시민, NGO와 NGO 간의 직접교류를 기본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990년 이후 피스보트는 '평화ㆍ인권ㆍ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테마로 세계일주 크루즈를 기획하여, 지구를 25바퀴를 돌고, 80개국 이상을 방문하며, 선상 및 기항지 각 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全)지구적 시민ㆍNGO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엔의 특별협력자로써, 또한 분쟁예방국제회의(GPPAC)의 동북아 사무국 일원으로 한ㆍ중 NGO와 협력하면서 평화적 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위기와 기회, 두 가지의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 인식, 영토문제 등을 둘러싼 한ㆍ일, 중ㆍ일의 대립, 핵위기를 포함한 북한 문제, 일본의 군사대국화 우려, 경제ㆍ군사적 대항이 점증하는 미ㆍ중관계 등, 이러한 문제들은 냉전구조의 잔재에서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며, 또다른 전쟁의 가능성을 찾는 '위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ㆍ중ㆍ일 3국은 국제적 경쟁력과 내부적 기술력에서 유럽(혹은 EU)이나 미국과 견줄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또 '겨울연가'의 돌풍에서 알 수 있듯이 3국은 역사적으로 강한 문화적 공감대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동아시아가 EU 형태의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정부주도형 모델을 답습하고 있는 일본의 시민ㆍNGO가 민주주의를 스스로의 쟁취해 낸 한국의 시민ㆍNGO로부터 진지하게 그 능력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한ㆍ일 공동으로 개최하는 'Peace & Green Boat'는 추상적인 연대나 공존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NGO가 구체적 행동과 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양국 시민이 'Face to Face' 관계를 구축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Peace & Green Boat는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년간의 'Sustainable Project(지속가능한 발전계획)'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ㆍ일 양국의 시민ㆍNGO가 공동의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는 배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능동적으로 배는 벼농사를 전파하고, 종교, 기술과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전쟁과 침략과 억압도 배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올 8월 띄워지는 '평화와 환경을 위한 배'(Peace & Green Boat)는 한ㆍ일 간 공동의 역사에 분명한 획을 긋게 될 것입니다. 태평양 북서쪽의 푸른 물결을 그리며 부푼 꿈을 간직합니다.
요시오카 타츠야(吉岡達也) 피스보트 공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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