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에 맞서 윤 장관 지키기에 적극 나섰다. 노 대통령은 28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대통령의 고민과 망설임을 오기정치로 몰아붙이기 전에 야당이 너무 자주 해임 건의를 꺼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전방부대 총기 난사사건에 대해 일단 사과를 했지만 윤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유임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는 윤 장관 해임 여론이나 공세를 지켜보던 그 동안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내에 윤 장관 해임론이 퍼지기 시작하자, 이를 차단하려는 청와대의 발걸음이 분주해졌고 급기야 노 대통령의 글이 나오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내세운 우선적인 논리는 각료 희생으로 국면전환을 하는 ‘통치자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신하를 희생양으로 바치고 왕은 상징적으로 책임지는 시늉만 하는 왕조시대의 책임관에서 연유된 측면이 있다”는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외국에서는 각료 해임의 사례가 우리처럼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해임 건의 제도 자체가 없고, 내각제 국가에서도 국회해산이라는 중대 사태를 각오하지 않고는 해임 건의를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방개혁의 적임자론도 거듭 제시했다. “다시 누구에게 국방개혁 과제를 맡겨야 할 지 참으로 막막하다”는 하소연에는 윤 장관에게 국방개혁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윤 장관이 청와대 국방보좌관으로 재직, 노 대통령의 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측면도 있지만, 부산상고 선배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엄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저녁에는 청와대로 문희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불러 만찬을 함께하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공세 차원에서 해임건의안이 남발되면 국정을 효율적으로 하고 장관이 소신있게 일 할 수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에 불만을 표시하며 윤 장관을 엄호했다. 당 지도부도 대통령의 뜻을 십분 이해했으며, 해임 필요성을 거론한 참석자는 없었다고 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이 전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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