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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을 우량社로 만들고 사표낸 두 법정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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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을 우량社로 만들고 사표낸 두 법정관리인

입력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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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

“죽어가는 기업을 살린 것, 그 이상의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법정관리 중인 기업을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고 떠나는 두 명의 법정관리인이 있다. 곽영욱(65) 대한통운 사장과 백영배(60) 나산 사장. 두 기업 다 매각 절차만 남은 상태인데, 두 사람은 먼저 “이제 그만둘 때”라며 법원에 사표를 냈다.

모기업 동아건설의 부실과 함께 기울기 시작한 대한통운은 1998년과 99년 각각 890억원과 14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매출 1조1,200억원, 순이익 612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법정관리 기간 중 최대 호황을 맞은 것이다. 나산 역시 법정관리 직전 해인 1998년 적자가 600억원이나 됐지만 2000년부터는 매년 200억~40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제2의 외환위기라고 불렸던 2003년과 2004년 수많은 패션업체가 문을 닫았지만 나산은 안정된 경영 상태를 유지했다.

쓰러져 가던 기업을 이처럼 우량기업으로 회생시킨 법정관리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직원들에게 “우리는 살아나야 하며, 당연히 살아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것이었다.

2004년 3월 100년만의 폭설이 내렸을 때 대한통운 곽 사장이 한 일이 있다. 11톤 화물트럭을 몰고 대전 중계터미널을 향하던 대한통운 직원 김모씨는 12시간째 중부고속도로에 갇혀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졸음에 겨워했다.

갑자기 누군가 창문을 두드려 정신을 차려 보니 대한통운 복장을 한 직원이 빵과 우유를 흔들고 있었다. 아침부터 눈 사태를 걱정하던 곽 사장이 각 지점에 “직원들 위치를 찾아 먹을 것을 전달하라”고 지시, 대전지사와 청주지점에서 국도로 달려온 것이었다.

1964년 대한통운에 입사해 1999년 사장에 취임한 곽 사장은 현직 사장이 법정관리인을 승계한 첫 케이스였다. 대한통운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고, 전국의 지점을 모두 꿰뚫고 있는 곽 사장은 지점을 돌아다니며 ‘돈 안 들이고도 직원 기 살리는 일’을 해냈다.

추운 겨울 따뜻한 호빵을 돌리는 것부터, 2000년 대한통운을 흡수ㆍ합병하려는 동아건설에 결별을 선언한 뒤 자신과 임원들 재산을 담보로 잡히고 200억원의 대출을 얻어오는 일까지, 곽 사장은 대한통운 직원들이 똘똘 뭉치는 중심에 서있었다. 동아건설의 퇴출로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떠안게 된 후에는 3,000㎞에 달하는 공사현장을 4일 만에 주파해 현장을 파악했다.

지난해 12월 지난한 협상 끝에 13억 달러의 리비아 리스크(우발채권)를 완전 해소한 것은 곽 사장이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이제 대한통운은 새 주인 찾을 일만 남은 셈인데 곽 사장은 “내 임무는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절제의 미를 보여주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백영배 나산 사장

백영배 나산 사장도 회사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법정관리인이다. 효성 출신인 그는 1999년 나산의 법정관리인을 맡은 이후 전국 500여 매장을 쉬지 않고 둘러본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먼저 한 일은 디자이너의 월급을 파격적으로 올린 것이었고 두번째는 다른 기업보다 오히려 높은 이익목표를 잡은 것이었다.

“법정관리를 받는다고 해서, 회사가 적자라고 해서, 그저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해선 결코 좋아질 수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능력있는 직원부터 나가버립니다. 하면 된다는 긍지를 심어줘야 합니다.”

백 사장은 2002년~2004년 최우수 법정관리인으로 선정되면서 받은 보너스를 회사 주식이나 금메달로 직원들에게 되돌려 줬다. “나야 회사 살리는 것 이상의 보람이 더 있겠느냐”는 것이다. 백 사장은 “직원들과 너무 정이 들어 회사의 마지막 정상화에 내가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사표를 냈다”고 덧붙였다.

“부실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조건요? 직원들의 패배주의를 깨뜨릴 수 있느냐가 전부입니다.” 백 사장의 답변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법정관리인은/ 회생가능 부도기업에 법원이 지정한 CEO

부도를 내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보일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자금 등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를 ‘법정관리’라고 한다. 이때 법정관리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법정관리인이다.

법정관리인은 인사, 경영, 재무 등 관리기업 전 분야에 대한 최고결정권자로서 특히 회사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하는 것은 오직 법정관리인만이 할 수 있다. 다만 법원에 대한 보고 의무 등 특수 역할이 추가되는데, 회사 손익계산서나 중요 의사결정 사항 등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또는 수시로 법원에 보고해야 한다.

법정관리인은 법원이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에서 실시하는 관리인 교육을 수료한 사람 가운데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2001년 11월 ‘회사정리실무준칙’이 개정됨에 따라 법정관리 신청 기업의 경영주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다. 하지만 구 경영주가 회사 파탄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에는 선임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법정관리인의 보수는 연 1억~1억2,000만원 사이로, 동종업계 다른 기업의 CEO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2002년부터 경영성과 등 평가성적이 좋은 법정관리인에게는 1,000만~3,000만원의 특별보너스를 지급, 경영의욕을 높이고 있다. 올해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과 박유광 진로 사장은 각각 3,000만원을 받는 등 3개 회사의 법정관리인에게 특별보너스가 지급됐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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