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그룹이 총수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물량이 총수 개인 보유물량의 5배를 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2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 말 5조3,078억원이던 10대 재벌그룹 계열 상장사의 보유 자사주 가치가 지난해 말 10조2,512억원에 달한 데 이어, 이달 23일에는 11조6,679억원을 기록했다. 10대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총 발행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말 4.85%에서 5.6%로 0.75% 포인트 높아졌다.
보유 자사주 규모는 그룹별로 크게 엇갈렸다. LG와 GS 등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줄어든 그룹들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급감했다. LG그룹 상장 계열사의 경우 2001년 평균 2.67%였던 자사주 비중이 6월23일 0.12%로 크게 줄었고, GS그룹도 같은 기간 2.14%에서 0.76%로 감소했다.
반면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는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1년 4.26%(644만9,625주)에 불과하던 자사주 비중이 올해에는 9.39%(1,383만8,239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건희 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1.91%ㆍ281만9,659주)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자사주와 이 회장 개인지분의 의결권 승수가 2001년 2.23배에서 2005년 6월에는 4.91배로 늘어났다.
한진그룹과 현대차그룹도 2001년 말 각각 7.59%, 0.59%였던 상장 계열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1.47%포인트와 0.76%포인트씩 높아져 올해에는 각각 9.06%와 1.35%에 달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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