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7일 제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은 주먹구구식이었던 건강보험 시혜 대상을 암과 백혈병 등 중증 질환자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매년 중증 질환자 발생 숫자는 ▦암 32만명 이상 ▦개심 수술을 받는 중증 심장질환 4,000명 ▦개두 수술을 받는 중증 뇌혈관질환 7,000명 등으로 집계되고있다.
이번 방안은 이 같은 3대 질병군을 대상으로 특진비와 일부 식대 및 차액 병실료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진료비를 보험 적용토록 하고있다. 항암제를 비롯한 의약품과 초음파, PET(양전자단층촬영) 등의 검사비, 수술비 등이 적용 영역이다.
이에 따라 암 환자와 협심증 등 중증 심장질환, 뇌출혈 등 중증 뇌혈관 질환자의 진료비가 9월부터 33% 줄고, 2006년 44%, 2007년에는 53% 각각 떨어진다. 가령 암 환자가 치료비를 100만원 냈다면 9월부터는 67만원, 내년에 56만원, 2007년엔 47만원만 내면 된다.
이와 별도로 내년부터는 전체 환자의 식대비를, 2007년부터는 상급병실 이용료도 보험 적용을 받는다. 병실료의 경우 지금까지는 6인실 이상 기준 병실에만 보험을 인정했으나 3,4인실 등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장 올해에만 1조3,000억원이 필요하고 2006년 1조원, 2007년 7,000억원, 2008년 5,000억원이 각각 소요돼 재원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복지부는 일단 ▦감기 등 경증 질환의 건강보험 지출 삭감 ▦호스피스제를 통한 말기 암환자의 비효율적 지출 억제 등을 통해 소요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이 1조1,5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정부가 중증 질환자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복지부의 이런 구상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재정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있다.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경우 3~6%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 소득의 4.31%인 현행 보험료율이 2008년에는 최소한 5%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있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매년 큰 폭으로 뛸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
로 보인다. 특히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돼 지역 가입자에 비해 ‘유리알 지갑’인 직장 가입자의 피해 의식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가입자간 갈등이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있다.
복지부는 중증 질환자 지원을 위해 경증 질환에 대한 보험 지출 삭감을 검토키로 했으나 이 경우 일선 병ㆍ의원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논의 자체를 백지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중증 질환의 대부분이 보험 항목에 포함됨에 따라 병ㆍ의원의 과다 진료도 논란이 될 소지를 안게됐다. 복지부 관계자도 “보험 확대의 불가피한 후유증”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고액 중증질환자에 대해 전면 무료 진료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 방안이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반쪽짜리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복지부는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폭 넓게 수렴한 뒤 7월 중 관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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