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총각들이 ‘외국 신부’를 맞아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신부들이 언어와 생활ㆍ문화습관이 달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신부들은 한국 국적만 취득하고 잠적하기도 한다.
원만하지 못한 가정생활은 폭력과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몇몇 신부들은 때로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일부 민간단체 등이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상 ‘외국 신부 사오기 사업’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지극히 미흡하다.
○…경북 예천군은 올해부터 관내 35~50세 노총각 97명에 대해 600만원의 정착금을 지원키로 하는 등 ‘노총각 가정 이루기’ 사업을 전개하면서 신부감을 베트남 등 외국에서 찾고 있다.
예천군은 그 첫 사업으로 지난 9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군내 노총각 16명의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베트남 신부들은 현지에서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고 8월말 예천에서 신접살림을 차린다.
군에서는 이들 베트남 신부들을 상대로 3개월여 한국어와 가사생황, 생활문화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앞으로 3년동안 정착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 베트남 신부가 들어오면 인구 5만2,000여명의 예천군에 ‘외국 신부’는 100명이 넘어서게 된다.
○…대부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성사되는 과정에서 이들 업자들이 ‘인맥과 정보’ 쥐고 신랑측에 신부의 ‘몸값’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해 전남 A군의 경우 결혼정보업자 모씨가 필리핀 여성 5명을 이 지역 농촌 총각에게 소개한 뒤 “신부감들이 결혼을 대가로 300만원을 요구한다”며 신랑측을부터 몸값을 받아냈다.
신랑들은 나중에 업자의 농간인 줄 알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농어촌 총각들 사이에서는 “베트남 여성은 1,200만원, 중국 여성은 1,000만원, 필리핀 여성은 600만원 등으로 신부들의 몸값이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러한 소문이 확대되자 A군과 인근 B시 등 선의의 지자체들은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기까지 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인 여성들이 폭력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못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부산시 가정폭력상담소 ‘여성긴급전화1366’ 에 따르면 김모(46)씨와 결혼해 울산에서 살던 한 베트남 여성은 1개월 만에 남편의 폭행을 이기지 못해 가출했다. 경찰을 통해 상담소로 인계된 그는 남편의 상습적인 구타를 털어 놓았다. 상담소 관계자는 “남편이 상담소로 찾아와 ‘내 물건을 왜 당신들 마음대로 숨기느냐,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이혼도 못한 채 지난 1월말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 중국인 여성(21)의 경우 자신이 도망갈 것을 우려한 시댁 식구들이 결혼 2년이 넘도록 외국인등록 신고도 해주지 않고 폭행을 일삼아 집을 나왔다.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불법체류자로 적발된 뒤 두 차례나 자살을 기도하다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현재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한해 동안 부산지역 ‘여성긴급전화1366’에 접수된 외국인 여성 상담 21건이 모두 이러한 가정폭력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안경호Khan@hk.co 기자 @hk.co.kr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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