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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악재 vs 유동성 호재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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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악재 vs 유동성 호재 누가 이길까

입력
200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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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의 힘으로 고유가의 불안감을 눌러왔던 증시가 27일 결국 급락했다. 지난 주말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배럴 당 6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65달러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는 5월 중순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연기금과 프로그램 매수 등 기관투자자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유가가 60달러 선을 넘나들자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선물시장에서 매수 포지션을 유지해 왔던 외국인들이 최근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프로그램도 대규모 매도로 돌아서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유동성의 힘과 고유가의 대결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대신증권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펀더멘털과 유동성간 공방전이 2주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근소하나마 유동성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배럴 당 6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가 자리잡고 있다.

대신증권 양경식 연구원은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적했듯이 미국에서 유가 상승은 정부가 세금을 인상하는 것과 같다”면서 “최근 미국경제는 제조업의 부진을 소비가 떠받치는 모습인데, 유가 상승으로 소비가 줄어들 경우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5월 초부터 상승하던 S&P 500지수는 유가가 56~57달러까지 오르자 전세계 증시 중 가장 먼저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우려할 만한 변수다. FRB는 29~30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목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연구원은 “한때 금리인상이 조기에 종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유가 상승으로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 위협이 부각되면 미국은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이달 말 발표될 국내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뚜렷한 경기 회복 신호가 감지될 것 같지도 않다. 즉 점증하는 펀더멘털 우려를 유동성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유동성의 힘이 고유가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이번 강세장을 이끈 유동성 여건이 여전히 양호하고 기업이익 모멘텀이 개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기조는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분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유가와 금리, 내수 회복 등 대외 변수를 먼저 확인하는 신중한 자세를 당부하고 있다.

대우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미국발 상승이 한국증시 상승의 모멘텀이었다면, 앞으로는 미국증시가 내려가면서 한국증시도 덩달아 내려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단, 국내 유동성이 보강되고 있어 낙폭은 미국증시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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