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이 국방부장관 인책을 논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와 야당이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정직하게 다루지 않은 채 국방장관 인책이 대단한 것 인양 다투는 것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남들이 쉽게 빠지는 군에 보낸 귀한 자식이 최전방에 배치되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본 부모들과 비슷한 처지의 국민에게 큰 분노와 불안감을 안긴 것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사건의 충격이 크다고 해서 무작정 군을 욕하거나 국방장관이 모두 책임질 일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일 수 있다. 군 지휘부와 장관의 책임이 사소해서가 아니다. 안보상황과 사회 변화에 맞춰 신세대 사병들을 처우하고 관리하지 못한 잘못을 반성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훨씬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언론과 사회가 지적한 문제의 근본과 거리 멀다.
사건의 발단인 억압적 위계질서에서부터 문제사병 관리, 전방초소 등 군부대 생활여건과 사병처우 등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가 지적됐고, 형평성 논란이 많은 징병제에 가름한 모병제 도입 주장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 해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지엽적인 대증 처방을 내놓으며 여론의 눈치만 보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국방장관 교체를 미룬 채 군 개혁에 달리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를 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이 장관 인책을 당연시하는 것은 장관 개인 아닌 정부가 그야말로 책임을 통감하고 근본대책을 세우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외면한 채 다시 군 개혁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과 군 지휘부가 거창한 개혁명분을 다투면서 군의 본질적 위기는 소홀히 여긴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야당 또한 보수적 여론을 의식해 군의 발본개혁을 촉구하지 않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